
울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산업 시설이 밀집한 산업도시의 이미지가 연상되곤 합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이 집중되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위성지도를 통해 본 울산의 모습은 다소 의외의 사실을 보여줍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공장지대 뒤로 산업단지 못지않게 넓은 산림이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울산(蔚山)’이라는 지명처럼, 이 도시는 울창한 숲과 첨단 산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지형과 공간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울산의 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이루는 동안, 방대한 산림은 주로 보존과 관리의 대상에 머물렀습니다. 오늘날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산불이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산림 훼손은 도시와 환경, 그리고 사람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과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울산이라면, 이제는 이 두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사람 중심의 건강한 미래 산업 도시’를 구축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 일본 도요타시가 추진 중인 ‘위븐 시티(Woven City)’는 제조업 중심 도시가 수소·AI·로봇 같은 첨단 기술을 목조건축과 결합해 친환경 스마트 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역시 풍부한 산림을 활용해 고층 목조 건물을 선보이며, 도시 전체를 목조건축 중심의 탄소중립 도시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례는 ‘산업과 숲의 결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임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두 사례의 공통점은, 미래 산업과 도시 계획이 단순한 기술 중심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가고 일할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설계된다는 점입니다. 목조건축은 기존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대체할 만큼 기술이 발전해, 탄소 흡수 능력은 물론 구조적 안정성과 내화 성능까지 향상되었습니다. 이제는 고층 건물과 세계적인 랜드마크에도 목조건축이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조립·시공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경제적 장점이 크며, 목재가 주는 따뜻함과 안정감은 산업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울산은 이미 고도화된 제조업과 첨단 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여기에 ‘숲’이라는 새로운 자원을 결합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대한 산림을 활용해 지역 특화 목재를 생산·가공·연구하는 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목조건축을 적용한 공장 시설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다면, 탄소 감축은 물론 근로자와 시민 모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건강한 산업·생활 공간이 구현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목재 공방, 가구·인테리어, 관광·문화 콘텐츠 등 숲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가 활성화된다면, 지역 경제 구조의 다변화는 물론 도시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건강한 미래 산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행정·학계·기업·지역사회가 긴밀히 협력하며 함께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지역 산림 자원의 체계적인 벌채와 재식(再植)을 통해 신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목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친환경 도시 및 산업 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한 장기적인 연구, 기술 지원, 실행 가능한 로드맵 마련이 필요합니다. 울산이 이러한 과감한 도전에 앞장선다면, 기존의 ‘굴뚝 산업 도시’ 이미지를 넘어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친환경 미래 산업 도시의 모델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일하고 살아갈 사람들의 업무 환경과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도시의 산업과 문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숲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산업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울산의 도전은, 탄소중립 시대 한국 산업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세계적인 미래 산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김범관 울산대학교 디자인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