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수도권과의 일상적 왕래(통근, 통학 등)가 많지는 않지만, 비즈니스·행정·학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장거리 통행수요는 꾸준한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에서 교통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교통수단 선택은 위축되고 교통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즉, 이번 KTX 요금인상 논란은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신뢰와 이동권에 관한 문제로 직결된다.
울산은 광역교통망으로 고속도로뿐만이 아니라 고속철도 2개 노선과 항공편을 모두 갖춘 도시이다. 울산의 외곽부인 울주군 언양에는 경부고속철도 울산역, 도심인 남구에는 동해선 태화강역, 북구에는 울산공항이 위치해 있다.
경부선 울산역(KTX)은 서울까지 2시간20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고속 교통수단이지만, 시내 중심에서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태화강역(KTX-이음, ITX-마음)은 도심 내에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은 좋지만, 서울 청량리까지의 소요시간이 KTX-이음 기준 3시간20분, ITX-마음 기준 4시간40분으로 긴 편이며, 하루 편도 5회라는 운행 횟수도 제약이 있다. 울산공항은 서울까지 1시간의 비행으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기상 여건에 취약하고 하루 편도 3회라는 낮은 운항 횟수로 인해 이용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울산이 다양한 교통수단을 바탕으로 도시 교통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 교통거점이 상호 경쟁이 아닌 기능별 협력 구조로 전환된다면, 시민의 이동 편의는 물론 지역 교통정책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이 가진 장점을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각 교통수단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여 상호보완적인 분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울산역은 고속 장거리 수요, 태화강역은 도심 접근형 중거리 수요, 울산공항은 단기·비즈니스 수요에 특화된다면, 시민은 목적에 따라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고, 도시 전체의 교통 운영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철도 요금은 지역 단위에서 직접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거리 통행 수요가 꾸준한 도시를 위한 이용 유인책 마련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정기권 확대, 시간대별 탄력 요금제, 특정 구간 할인 확대 등은 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민의 체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은 단순한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 유인을 조정하는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지역 여건을 반영한 다양한 요금 정책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울산은 이미 철도와 항공이라는 장거리 교통수단을 모두 보유 도시이다.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시민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로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정부의 요금정책 혼선은 오히려 울산 교통 전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통해 울산이 단절된 교통수단을 넘어 기능 분담과 연계를 통한 상생형 교통도시로 나아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미정 울산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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