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보호헌장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 글은 1979년 10월5일 고등학교 2학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통령 주재 자연보호헌장 선포식에 참석하여 처음 접하였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자연환경 관련 강의 도중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인용하고 있다.
그에 덧붙여 이 말도 자주 전달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환경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 자녀들이 결혼해서 낳을 아이들이다. 우리가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가급적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보전하여 그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글 모두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보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자연환경 보호와 보전의 중요성은 초·중·고 교육을 통해 수시로 학생들에게 전달되어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목일은 산림과 환경의 중요성을 배우는 날이 아니라 단순히 ‘노는 날’로 인식되다 보니 식목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식목일 행사와 관련한 소식을 TV 뉴스가 아니면 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목일의 의미가 퇴색되는 반면 산을 찾고 등산을 즐기려는 욕구는 꾸준하다. 2024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향후 희망하는 여가활동 중 ‘등산’은 3.2%, ‘산책 및 걷기’는 3.0%이다. 다행히 산과 자연을 찾고 보호하려는 의식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등산 중에 음식물 잔해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내가 가져간 쓰레기는 내가 가져옵시다’라는 캠페인 덕분에 비닐봉지나 쓰레기봉투는 필수품이 됐고, 쓰레기 회수가 습관으로 정착됐다. 이런 현상은 반려동물과의 산책(가장 많이 참여한 세부 여가활동 중 2.5%) 시에도 나타나고 있어서, 반려동물의 배변은 주인이 되가져가는 선순환도 정착된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일부의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소수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환경을 위한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이 증명된 사례는 우리 삶 속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울산에서 자연환경 보전과 식목의 중요성을 가족과 함께 배울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이고 및 장소는 어디일까.
울산에는 다양한 환경 관련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북구는 지난해 10월에 북구의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울산 숲으로 조성하면서, 현대자동차와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과 ‘울산 숲 연계 아이오닉 포레스트 조성 업무 협약’을 통해 시민과 함께 조성해 나가는 성과를 이루었다. 남구의 철새홍보관은 ‘태화강 철새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울주 태화강생태관은 태화강생태관 생태체험교실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식물과 동물에 대해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는 지난해에 이어 친환경 철새여행버스를 타고 울산의 각 구·군에 서식하는 철새들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철새사파리’를 통해 계절별로 변화하는 철새의 종류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녹색에너지포럼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독수리학교’를 운영하면서 독수리 먹이주기 체험을 진행했다. 이처럼 여러 단체가 운영하는 다양한 친환경 생태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들에게 ‘생태도시 울산’ 이미지를 심어줄 기회가 있는 것은 ‘태화강을 환경오염 최악의 사례에서 환경 복원 제1의 사례로 만든 민·관·산의 협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다양한 자연보호 및 사전 예방 활동이 활발해지기를 염원한다. 최근 모두의 안타까움을 사게 한 대형 산불의 발생은 사소한 부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막대한 피해와 위험성을 상기시킨다.
이재민들이 입은 고통과 피해는 물론이고, 오랜 기간 공들여 온 자연환경과 후손들이 누려야 할 문화유산까지 소실된 점을 부디 잊지 말고, 평소 되뇌며 ‘자연보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산불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기원하며, 고통 받고 계신 이재민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나 자신 또한 환경을 아끼려는 실천 의지를 다진다.
유영준 울산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사)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