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핍은 병을 부른다. 18세기 영국해군에게 발생한 괘혈병도 비타민 C 결핍 때문이다. 이 경우도 신선한 과일과 야채만으로도 결핍은 보충되고 병은 나았다. 과하면 결핍만큼이나 위험하다. 비타민 C의 대량복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은 잘 알려진 대로 요로결석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요로결석에 그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미국 의료계는 ‘유방암 치료 중에 복용한 비타민 C를 포함한 항산화제가 오히려 유방암의 재발과 사망을 1.4배 이상 증가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J of Clinical Oncology, 2019.12.19). 이 연구는 유방암 초기 환자 1134명을 대상으로 무려 6년간 추적 조사했다. 전향적 추적연구는 모든 연구 중에서 가장 강력한 근거수준을 갖는다.
비타민 C는 일반적인 남성들의 경우 하루 90mg. 여성들은 75mg을 필요로 하고, 이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비타민 C를 포함하여 건강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들은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비타민 C의 대량투여(1일 2000mg~6000mg)로 간경화에 식도출혈까지 있는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간세포는 일단 파괴되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희한한 경우를 예를 들어 자기주장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특히 과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비타민 C 알약을 즐겨 복용하는 이가 장수했다고 하여 이를 비타민 C의 대량섭취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다.
장수의 비결은 그의 남다른 건강생활 습관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평생 단 한 알의 비타민도 먹지 않았지만 97세까지 장수했다.
끝으로 비타민 C와 같은 항산화제가 노화를 방지한다고 알려진 것은 노화이론 중 하나인 자유유리기설 때문인데, 이 이론은 노화의 초창기이론으로서 1950년대 생화학자였던 데넘 하먼(Denham Harman)이 실험실에서 활성산소(자유 유리기)가 세포에 손상을 가한다는 세포수준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실험실에서 조정하는 그 정도의 산화제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래서 그의 노화이론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활성산소는 운동을 통해서도 생겨난다. 이렇게 생겨난 활성산소는 미토콘드리아 내에 쌓인 노폐물 제거하여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한다. 뿐만아니라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활성산소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무력화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비타민 C의 대량복용으로 이를 중화시켜 버린다면 우리 몸에는 어떤 문제가 생겨날까? 미국 NIH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비타민 C를 하루 2000mg 이상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다. 과하면 독이 된다.
김문찬 울산의대 교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