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간도 돈도 부족한 한부모…촘촘한 사회안전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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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간도 돈도 부족한 한부모…촘촘한 사회안전망 절실
  • 경상일보
  • 승인 202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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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족이 양부모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생계)·시간적 빈곤(돌봄)이라는 ‘이중고’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다. 가구주 한 명이 생계와 돌봄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근로·자녀 양육·가사 노동을 병행하는 탓에 극심한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부모가족의 시간 및 경제적 자원과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149만 가구에 달하는 한부모 가구는 양부모 가구에 비해 소득과 자산 수준이 현저히 낮았다. 한부모 가구의 절반 이상이 소득 하위 20%에 속했고, 일하는 한부모 가구 역시 대부분 하위 1~2분위에 집중됐다. 소득 분포가 비교적 고르게 나타난 양부모 가구, 상위 소득 분위에 집중된 맞벌이 가구와 대조적인 결과다.

한부모 가정의 시간적 빈곤도 심각했다. 연구진이 2019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한부모 가구의 가정 관리 시간은 맞벌이 가구보다 평균 30분 이상 적었고, 자녀 돌봄 사용 시간도 평균 23분 부족했다. 한부모가족이 경제적 빈곤과 홀로 짊어져야 하는 돌봄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울산의 경우 지난 2023년 12월30일 남구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한부모 가정의 5살 아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이사를 앞두고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자, 청소를 위해 자리를 비운 것이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한부모 가족의 심각성을 보여준 한 단면이다.

울산 지역 한부모 가정은 3만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저소득 한부모가족 수급가정(2023년 기준)은 모자가구·부자가구 등 4341가구에 불과하다. 한부모 가정 중에는 낮은 소득과 돌봄 부담으로 인한 시간 부족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지만, 현행 선정 기준의 경직성, 급격한 혜택 변화(‘전부 또는 전무’ 구조) 등으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부모가족이 겪는 고통은 우리 사회의 심화된 불평등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을 보여주는 그늘이다. 한부모가 생계와 돌봄을 ‘혼자’ 짊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저소득 한부모 선정 기준의 유연화, 점진적인 혜택 구조 도입, 재산 산정 기준 현실화 등 정부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부모 가족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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