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중간고사 시험이 있었다. 모두에게 긴장되는 시간이다. 교사들은 정확한 평가도구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험을 치는 아이들은 긴장한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애잔하다. 긴장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학교도 한마음으로 아이들의 시간을 응원한다.
학교에서 삶에 필요한 시스템을 익히기 위해 아이들이 애를 쓴다. 그런 아이들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이 책을 보고 생각하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경이롭다. 노력하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귀하다.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교사들에게 허락된 기쁨이다. 감사하다.
모두 긴장했던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짧은 연휴가 시작됐다. 긴장되고 바쁜 시간이 잠시 멈췄다. 시험은 끝났고 며칠을 우리는 쉬었다. 가족끼리 시간을 나누었다. 모두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마음은 평온함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나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애를 쓰지 않았다. 그래도 됐다. 당장 해야 할 어떤 일이 없었다. 하던 일을 잠시 잊고 쉬기만 해도 됐다. 우리 아이들도 같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함께 있었을 뿐이다. 나른한 시간 속에서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모든 순간 하나가 된다. 가족 속에서 우리는 있는 그대로 귀하다. 의도한 것이 없다. 어느 순간 나를 귀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마음이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사랑에 감사하는 나의 마음이 다시 부모님의 마음을 위로한다. 보석 같은 순간이 불현듯 발견된다. 함께 있는 우리들의 시간 속 어느 순간.
사회는 다르다.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우리는 노력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것이 사람 관계다. 관계는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 약하다. 단단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언제나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모두 우리들이 있었던 사회로 다시 복귀했다. 우리는 회복된 마음으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다시 긴장감이 감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OECD 국가 중학생들 교육 수준을 비교한 결과 학업 성취도는 수학 2위, 과학 2위, 국어(읽기) 3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관계 형성에서 교사와의 관계는 1위, 교우와의 관계는 36위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다. 교사와의 관계가 1위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닐까? 아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는 곳에서 아이들이 교사와 관계가 가장 좋다. 안타깝다. 힘든 사람 관계에서 가장 노력하고 있는 것이 교사와의 관계인 듯해. 학교에서 아이들의 관계를 위해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