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하루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미중(美中) 경쟁 구도 속에, 자원 무기화가 가능한 ‘핵심광물’의 확보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목표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목표와 이유에서 이토록 핵심광물에 집착하는지, 특히 우크라이나 광물 확보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핵심광물은 각 국가의 전략 산업에 필수적이고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수급 차질 위험이 큰 원료 광물을 말한다. 미국은 50종, 유럽연합(EU)은 34종, 우리나라는 리튬, 흑연, 희토류 5종 등의 핵심광물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희토류(稀土類)다. 특히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확보를 유독 강조했다.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를 두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 확보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희토류는 주기율표상 원자 번호 57~71번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 스칸듐(Sc), 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통칭해 부른다. 천연 광물에는 매우 적게 존재해 땅에 거의 없다는 뜻으로 ‘희귀한 흙’이란 이름이 붙었다. 자성, 전도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반도체, 항공기,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발전기 등의 핵심 재료로 쓰인다.
이렇듯 핵심광물 중에서도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사용처가 다양하다. 희토류는 화학적으론 원소로 분류되는데, 광물에서 채집된다.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해 산업 활용성이 높다. 특히 전기차, 풍력발전기, 항공기, 미사일 등의 필수 부품인 ‘영구 자석’은 희토류 없이는 만들 수 없다.
미국이 핵심광물 확보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패권 경쟁국인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광물 장악력이 유독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를 전략 무기화하고 공급을 차단할 경우, 미국의 무기 생산과 첨단산업 등이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중국 희토류 생산량은 27만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 39만톤 중 69%를 차지하며, 생산량과 매장량 모두 1위다.
다만, 희토류는 광물을 정제해서 원소를 추출하는데, 광물 내 원소 함량이 1∼2%로 아주 낮아 추출·분리·정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광산 운영을 꺼려 왔다. 반면, 중국은 넓은 영토와 주요 선진국 대비 느슨한 환경규제로 채굴 및 가공에 용이한 설비 환경을 대규모로 구축했다. 여기에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희토류 정제·가공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까지 확보했다. 게다가 2022년부터 연간 약 20조원을 들여 지질 탐사를 벌이고 있다.
세계 희토류 매장량 1위국인 데다 글로벌 정제·가공 능력까지 장악한 중국을 미국으로서는 공급망 안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여길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구 자석에 사용되는 정제 희토류의 92%를 중국이 공급했다. 서방은 중국의 희토류 공급 독점이 전략적으로 심각한 약점임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정제와 보관 및 운송까지 포함한 중간 가공 절차를 갖추는 것은 매우 자본 집약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기술 독점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핵심광물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주요 수입국과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자원부국(資源富國)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경제발전 수준이 낮은 국가와는 핵심광물 자원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 공동개발 협력체계를 갖추자. 또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비축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와 공공비축의 활용도 제고를 위하여 핵심광물을 정·제련 및 가공할 수 있는 소재기업의 육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기서도 울산 향토기업인 고려아연의 사태가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명명백백(明明白白)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 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 RUPI사업단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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