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경기가 좋으면 뭐 합니까? 장사가 안돼서 너무 힘들고 죽을 맛인데요.”
울산시 동구의 한 시장에서 만난 상인의 하소연이다. 상인들은 예전과 달리 손님도 없고 시장에 와도 물건을 안 산다고 한숨을 내쉰다. 식당 매출도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동구 지역 상가에는 임대한다는 안내 문구가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은 문을 연지 49년만에 전국 백화점 중 매출 ‘꼴찌’를 기록했다. 이곳에서 운영하던 현대문화센터도 지난 2월 말 문을 닫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동구의 주력기업인 HD현대중공업은 수주가 호황인데도 지역 경기는 침체돼 있다.
인구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을 차지한다.
울산시 동구 인구는 지난 2013년 17만8400여명(외국인 제외)으로 정점에 달한 뒤 2019년 12월 15만9600명, 지난 3월 15만168명을 기록했다. 10여 년 사이에 2만8000여명이 동구를 빠져나갔다
줄어든 인구는 조선소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동구의 외국인수는 지난 2021년 2953명에서 2024년 9593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HD현대중공업 근로자의 60~70%는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이다. 이들은 월급 대부분을 본국에 송금하고 자국민끼리 모여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등 소비에 인색하다.
이러다 보니 조선업은 호황인데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1970년대 울산을 방문한 한 외국기자는 현대계열사가 밀집된 울산시를 현대빌리지(Hyundai Village)라고 표현했다. 국내 언론도 울산을 ‘현대의 도시’라는 언급을 자주 한다. 그만큼 지역 경기 활성화에 기여한 현대의 영향력과 위상은 대단하다
하지만 기업은 호황인 반면 지역 경기는 침체하는 역현상을 탈피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울산 동구는 수려한 해안경관을 끼고 있어 해양관광의 호조건을 갖고 있다. 충북 영동 등 내륙지방에서 울산 동구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빼어난 경치에 감탄한다. 휴일이면 대왕암 공원과 슬도 등지에는 탐방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동구에서 체류하면서 소비를 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동구를 해양레저 관광특구로 지정해 대규모 위락시설과 숙박, 체험 시설을 갖춘 관광 산업 개발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