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광역시 중 ‘꼴찌’ 수준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병상 쏠림’ 현상으로 인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에 나선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의료 수요 변화에 대응해 의료 공백을 줄이며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 의료 시설 부족으로 ‘수도권 원정진료’나 ‘지역 내 병상 쇼핑’에 나서는 주민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울산시의 ‘제3기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2023~2027)’을 보면 울산의 총 병상 수는 전국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광역시 중 병상 수와 공공의료기관 수 모두 최하위다. 중증 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울산대학교병원)과 의료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의료기관(시립노인병원) 각 1곳뿐이고, 요양병원과 정신병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목표 연도 관리 병상 수(일반 병상 7223병상)도 대전이나 광주보다 턱없이 적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내 병원 병상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전체 일반 병상의 65.7%가 동북권(남구, 동구, 북구)에 집중돼 서남권(중구와 울주군)과의 의료 접근성 격차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요양, 재활, 정신 의료 병상의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권역별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의료 수요가 집중된 동북권에는 제2울산대학교병원, 산재전문공공병원(300병상), 울산의료원(500병상) 등 대형 공공병원을 신설한다.
서남권에는 울주군립병원(80병상) 개원과 병행해 청남의료복합타운(600병상), 우리요양병원(구 주성혜요양병원) 병상 확장 등 민간 병상도 확대해 양적 질적 의료 서비스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는 이런 의료 인프라 확충 계획은 핵심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수도권 원정 진료를 받아야 했던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3년 기준 서울대학교병원 등 서울 지역 ‘빅5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울산 지역 원정 환자 수는 2만 명에 달했다.
타지역 원정 의료 행렬을 줄이려면 시민들이 건강상의 위협으로부터 안심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핵심 의료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이는 삶의 만족도와 정주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초고령화 사회일 수록 잘 갖춰진 의료 인프라가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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