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가된 사람이 만든 화학물질이 현재 10만 종이 넘으며, 매년 약 1000여종의 화학물질이 새롭게 개발돼 추가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우리는 화학물질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다 새로운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확실히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새로운 화학물질을 현실에서 사용하기 전에 하는 유해성검사는 가장 기초적인 것에 불과해 유해성 검사를 통과해도 그 물질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유해성이 밝혀지는 경우는 그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예상치 않은 건강장해가 나타남으로써 유해성이 확인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러므로,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는 항상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지내는 시간 패턴을 조사해 보면 주택 실내가 59.2%, 기타 실내 28.3%, 이동 7.5%, 실외 5.0%로 하루 중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므로 실내공기 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정 내 오염물질 발생원은 매우 다양해 가구 및 마룻바닥, 벽지, 침구류, 드라이클리닝 의류, 가스레인지, 세제, 탈취제, 방향제, 페인트, 접착제, 단열재 뿐 아니라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음식조리 매연 등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이 화학물질들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환경성 화학물질에 의한 건강 장해를 예방하려면 우선 몸에 흡수되는 화학물질의 양을 줄이고, 또, 흡수된 화학물질을 잘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몸에 흡수되는 화학물질의 양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실내의 공기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 새 집의 페인트, 접착제, 벽지와 합판, 바닥재, 실내가구, 카펫, 커튼 등은 포름알데히드나 유기용제를 방출해 새집증후군등을 일으킬 수 있다. 목·코·눈의 자극과 피부발진, 불쾌감, 재채기, 기침, 구토, 호흡곤란, 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영유아가 있는 경우 새 집에 바로 들어가 사는 것을 피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수 주 동안 환기를 철저히 하는 등 새집증후군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가급적 새 가구 구입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구입한 경우에는 충분한 환기를 잊어서는 안된다. 또 주방에서 고열로 조리할 때 나는 음식조리 매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탄 음식에 있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라는 화학물질은 몸 속에서 염색체에 달라붙은 후 변형을 일으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음식조리 매연은 매우 고농도이므로, 환풍기를 가동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반드시 창문을 열고 전체 환기를 해야 한다.
또, 어린이가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담배 연기에는 발암물질, 카드뮴, 벤젠 등 다양한 유해물질이 다량 들어있다. 또한, 어린이가 스프레이 형태로 분사되는 화학물질에도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번째로 영양 섭취를 골고루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어린이에게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면, 똑같은 농도의 중금속에 노출되더라도 몸에 더 많이 흡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분 부족이 생기면 납의 흡수가 더 잘되기 때문에 철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수은엔 아연이, 카드뮴엔 셀레늄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산모의 경우, 고래, 상어, 옥돔, 왕고등어, 황새치 등 수명이 긴 대형어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대형 생선에 있는 유기수은이 태반을 바로 통과해 태반에서 농축돼 산모보다 태아의 혈중 수은농도가 더 높아지므로, 산모는 건강영향이 없어도, 태아에서는 수은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유해화학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므로, 일단 들어온 유해물질의 배출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해물질 배출을 촉진려면 운동을 함으로써 림프액을 순환시키고, 땀을 흘려 배출할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 섭취와 충분한 수분 섭취는 몸 안의 유해물질 배출에 도움이 된다. 시중에서 ‘디톡스’라고 하면서 비싼 방법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은 효과가 검증된 것이 아니고, 평소에 운동, 식이 섬유 섭취와 충분한 수분 섭취가 훨씬 효과적이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울산시 환경보건센터 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