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달릴 수 없는 친환경…울산 전기 이륜차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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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달릴 수 없는 친환경…울산 전기 이륜차의 역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2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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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전기 이륜차는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시도 이 흐름에 발맞춰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전기 이륜차가 시민들의 실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말로만 ‘보급 확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기 이륜차가 좀처럼 대중화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제조사마다 다른 배터리 규격과 부품은 정비와 충전을 어렵게 만들고 인프라 구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울산에서 전기 이륜차를 타려면 ‘특정 브랜드의 고객’이 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AS센터 인프라가 빈약한 것도 문제다. 고장이 나면 일반 정비소에서는 수리가 어려워 지정센터를 찾아 울산을 가로질러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 충전기 설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체마다 사용하는 커넥터가 달라 충전기마다 기종 제한이 있고, 과충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이에 과충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배터리 교환 방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울산에는 이 시설마저도 부족하다.

한 업체를 기준으로 부산에는 충전 스테이션이 60곳 가까이 설치돼 있지만 그보다 면적이 넓은 울산에는 스테이션이 14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이 업체의 제품만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스테이션이라 무작정 지원을 통해 규모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배터리 교환 방식도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율 교환 방식이기 때문에 배터리 간 제작 연도 등이 고려되지 않아 혼란을 빚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 이륜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격화된 배터리·부품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확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A/S 등이 어려운 외국 업체들이 아닌, 국내 업체 몇 곳의 모델을 기준으로 부품을 규격화한 뒤 선정된 업체들에만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수요가 적다보니 제작 업체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업체가 팔을 걷지 않으니 수요도 늘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이용자 중심의 안정적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친환경 교통정책은 단순히 기기 보급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지원금은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아니라 ‘불편을 감수한 대가’로 남게 될 것이다.

김은정 사회문화부 기자 k212917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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