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제조업발 고용 한파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5.5%로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간 관세 전쟁, 국내 정치 리더십의 공백 등 대외·대내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함께 산업 현장의 고용 절벽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산업수도 울산의 제조업 고용 환경은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동남지방통계청 자료를 보면, 울산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14~2015년 37.7%까지 상승했지만, 조선업 침체와 주력 산업 부진으로 2020년에는 28.8%까지 감소했다. 최근 2년 연속 31%대로 소폭 회복했으나, 올해 들어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4월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30.5%로 한 달 전보다 0.4%p, 전년 동월 대비 0.6%p 각각 감소했다.
이에 반해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 비중은 매년 소폭 증가해 제조업의 고용 빈자리를 메우는 모양새다. 특히 전기·운수·통신·금융업 비중은 2024년 33.8%로 증가해 제조업을 너머 지역 일자리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역 고용 시장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제조업은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제공하며 울산 청년층을 비롯해 중산층의 핵심적인 일자리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조업의 성장력 둔화로 미래를 짊어질 청년층은 물론 숙련된 기술을 가진 중장년층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청년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하거나 ‘쉬었음’ 인구로 분류되는 현상 역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울산의 제조업 고용 위기는 정유·화학 업종의 장기 불황, 자동화 설비 도입 확산,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 상황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울산시와 기업 등은 제조업 고용 비중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수출 경쟁력 저하 및 고용 창출 역량 약화 등 구조적인 문제인지 면밀히 분석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서비스 산업 육성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울산 경제의 재도약을 담보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