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울산이 지난해 7대 특·광역시 중 유기동물 발생률 1위를 기록했다. ‘부자도시’를 자처하는 울산이 ‘동물 유기 1위 도시’라는 오명을 쓴 것이다. 이는 도시의 경제 수준과 윤리 의식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금은 울산이 유기동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공존의 철학을 지역사회에 뿌리내려야 할 때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4년 울산에서 발생한 유기·유실 동물은 총 2498건에 달하며, 인구 10만 명당 26.7건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서울, 부산, 인천 등 특·광역시 중 가장 높은 유기율이다. 특히 유기는 울주군 등 외곽 지역뿐 아니라 남구, 중구, 동구, 북구 등 도심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울산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있다. 울산은 산업도시의 특성상 단기 체류 인구가 많고, 이직이나 이사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쉽게 유기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농촌과 산악 지역이 많은 울주군 일대에서는 중성화되지 않은 동물의 번식이 통제되지 않아 유기동물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환경이다.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도 유기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 평균 양육비는 14만 2300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고물가와 소득 정체가 맞물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양육을 포기하고 유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소득 수준이 높다고 해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따르지는 않는다는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허점이다. 울산 각 지자체에는 동물 보호 및 구조시설이 크게 부족하고, 관리 체계 역시 미비하다. 보호되지 못한 동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와 들개나 들고양이가 되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동물등록제 의무화, 중성화 수술 확대, 농촌 지역 들개 포획·관리 체계 정비 등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적 접근이 시급하다.
지자체의 정책적 대책은 물론 교육과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는 “반려동물은 인간의 정서적 결핍을 보완하는 존재”라고 했고, 동물윤리학자 제임스 세라펠리 교수는 “반려동물은 감정 교류를 나누는 가족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소유물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아야 한다. 지자체와 시민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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