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건설기계로, 산업의 길에서 관광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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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대건설기계로, 산업의 길에서 관광의 길로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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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민 정치경제부 기자

울산에서 세 번째 명예도로가 추진된다. 이름은 ‘현대건설기계로’. 산업도시 울산의 상징처럼 자리잡은 동구 고늘로 구간 일부에 붙게 될 이 이름은 단순한 기업 브랜드가 아니라 산업과 지역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울산의 명예도로는 많지 않다. 중구 ‘외솔최현배길’ ‘소방관노명래길’이 앞서 그 이름을 올렸다. 한 사람은 울산이 낳은 한글학자, 다른 한 사람은 공동체를 지키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이었다. 이들이 품은 이름은 곧 도시가 기억하고 싶은 가치들이었다.

세 번째는 산업이다. 그것도 ‘기계’라는 단어가 박힌 도로명이다. HD현대건설기계라는 이름은 단순한 법인명이 아니다.

중장비와 굴착기, 산업 현장을 책임져온 이 기업은 1980년대 지역 조선소의 태동기부터 동구 일산동에 터를 잡고 지역경제를 묵묵히 뒷받침해왔다. 세수, 고용, 협력업체 생태계 등 지역과 긴밀히 얽혀 있는 산업의 동맥이었다.

이제 이 기업의 이름이 길 위에 새겨지려 한다. 공공도로에 기업명이 들어가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되는 건 명예도로명이다. 공식 주소는 바뀌지 않으며 실제 표지판 표기와 상징성만 남는다. 중요한 건 이 도로명이 산업의 공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넘은 도시의 변화까지도 품고 있다는 점이다.

고늘지구와 일산해수욕장 일원은 울산 대표 해양관광단지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늘지구가 위치한 바로 그 자리는 이제 산업과 관광이 공존하는 지점이자, 과거의 산업자산과 미래의 문화콘텐츠가 겹쳐지는 접점이 되는 ‘길’이다.

현대건설기계로는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중장비 엔진의 굉음이 울리던 산업 현장에 이제는 관광객이 오가고, 기업을 견학하는 산업관광 콘텐츠가 열릴 수 있다. 단지 기계와 선박의 이미지로만 채워졌던 동구가 기계 위에 관광을 얹고 미래형 도시로 전환해가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름에는 책임이 따른다. 도로에 이름이 새겨진다는 건, 과거의 공로뿐 아니라 앞으로의 기여도 함께 약속하는 일이다. HD현대건설기계 역시 이 도로명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인재 채용, 관광자원 연계, ESG 활동 등 기업이 도시의 얼굴이 되는 시대에 명예는 곧 약속이다.

길은 흘러간다. 그 길에 무엇을 새기고,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도시의 방향은 달라진다. 현대건설기계로가 울산의 산업을 말하는 동시에, 산업과 관광이 나란히 걷는 새로운 도시 경관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오상민 정치경제부 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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