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은 신기하나 직접 보니 긴가민가
파고라 두 군데서 각기 다른 모양 본다
한쪽의 아주 큰 소리 다른 쪽의 속삭임
조용히 지켜보던 가시나무 긴장하다
푸른 잎 여러 개를 한꺼번에 떨군다
옆자리 단풍나무도 손가락질 중이다
한 곳에 비스듬히 기운 채 선 나무들
소나무 세 그루는 배려의 달인이다
큰 소리 나는 곳 향해 배우라고 일침한다
울산 중구 태화동에 소재한 어린이공원이다. 보통 신기마을은 신령한 기운이 스민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 도착한 신기공원도 그런 맥락이기를 바라며 공원 입구를 들어서는데 중년의 남자들 목소리가 울퉁불퉁하게 들려온다. 파고라에 자리한 사람들 중에 유독 한 사람이 언성을 높이고 있다. 함께 한 사람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흐르는 듯했다. 남을 험담하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렸다.
바로 옆 파고라에는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네 명의 여학생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부드러운 목소리들이 오가는 가운데 다른 쪽에서는 여전히 그 남성의 목소리가 공원을 흔든다. 술을 먹은 탓인지 목소리도 약간 꼬인 채 들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공원은 묵인하고 품어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듯 보인다.
점심시간쯤 도착해서일까 주변 음식점에서는 음식 냄새가 폴폴 난다. 동서남북 각 방향마다 단독주택과 상가가 있어 공원이 그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공원에는 여러 수종이 골고루 보인다. 풀들도 자신의 키를 한껏 높이며 씨앗을 달기 바쁘다. 요즘 단풍나무가 절정이다. 여기도 많은 잎들을 달고 바람을 탄다.
공원을 진입하는 세 군데의 길이 있지만 누군가의 발걸음으로 인해 새로 난 길도 있다. 담이 아주 낮으니 조금만 다리를 올리면 어느 곳으로나 통할 수 있다. 공식적인 길을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길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공원은 태화동 바르게살기위원회에서 쾌적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약간 흙을 북돋운 곳에 화단이 조성돼 있다. 벤치가 놓인 곳으로 가려니 풀들이 디딤석 사이로 많이 자라나 있다. 여름에도 풀을 제거하지 않으면 저 벤치는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공원을 흔드는 목소리에 놀랐는지 가시나무 잎들이 후루루 떨어진다. 단풍나무 잎은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공원의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하는 식물들의 고충이 표출되고 있다. 단풍나무를 매만지며 위로를 건넨 후 소나무 세 그루가 있는 곳에서 발걸음을 했다. 서로를 배려하는 소나무들은 비스듬히 기운 채로 서 있다. 곧게 자라지 못하는 이유가 이웃한 나무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저 위치에서 혼자 잘 살겠다고 몸을 곧추세운다면 세 그루는 모두 단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나무의 소중한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 두 손으로 몸피를 쓰다듬었다. 공원 입구에 선 히말라야시다의 상처 난 몸피를 아픈 마음으로 올려다보며 공원을 여러 번 돌았다. 그때까지도 그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는 듯한 공원을 나서는데 새들의 노랫소리가 청아하면서도 구슬프게 들렸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