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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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45)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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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주변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 전경. 울산시 제공

“장군께서 이견대 전투에 참여하신 걸로 아는데,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그리 궁금했던가?”

“네, 동해안에서 벌어진 전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투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아닐세. 1593년 4월에 있었던 이견대 전투는 규모도 제법 크고 치열한 전투였었지. 피아간에 희생이 많았어. 왜군들이 동해안으로 쳐들어와서 감은사가 있는 뒷산의 중턱에 위치한 이견대 밑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의병군이 그곳으로 진군하여 적들을 해안가 쪽으로 밀어붙였었어. 비록 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결국 산에서 밀려나 해안가로 쫓겨난 왜군들은 경주성으로의 진격을 포기하고 서생포로 도망쳐 버렸지. 하서나 대본 쪽의 바닷가로 자주 쳐들어오던 왜적들의 출몰이 이 전투 이후에 뜸해진 건 이견대 전투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그 후로는 동해안 쪽으로 대규모 적들이 쳐들어오지 않았어. 이견대 전투는 그만큼 의병군이나 왜군에게 중요한 전투였지.”

“그날의 느낌을 장군께서 시로 지으셨다 들었습니다.

“‘이견대 이수(利見臺 二首)’라는 시를 말하는 것인가?”

“네. 장군께서 시를 지으셨다고 하니, 꼭 듣고 싶습니다.”

이눌 장군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이견대 이수‘에 대해서 천동에게 쉽게 풀이를 해 주었다.



창을 베고 누었으나 밤잠은 아니 오고

검붉은 피 흘러 검포 자락 적시네

온 나라가 전쟁이라 쉴 날이 없어

비바람 치는 산중에 앉아 한 해를 보내려니

병사들의 보국서사가 참으로 애석쿠나

숙질의 위기 임박 또 뉘와 애련해 할꼬

일편병서의 신술을 살펴보며

이견대 새벽공기에 또 하늘에 빌었다오

오랜 전쟁에 대궐소식 격조쿠나

하늘 밖에 아득하고 마음도 단단하여

한 곡조 채금가 부르며 날마다 수심이라

하늘 끝 저 어느 곳엔 오색구름 짙겠네



천동은 이눌 장군의 ‘이견대 이수’를 들으며 마음이 숙연해졌다. 시를 쓸 당시의 장군이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의병들은 영지둑을 삽으로 끊는 수공을 준비하였고,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천동은 사경 무렵에 초병들을 소리 없이 제거하기 시작했으며, 불과 한 식경의 시간이 흐르자 왜병들이 세운 초병들은 불귀의 객이 되었다.

영지 전투는 격의장에 이여양, 분격장은 이언춘이 맡아서 김득복 군과 합세하여 적을 섬멸하기로 되어있었다. 천동이 초병들을 전부 제거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자 김득복 장군은 40여 명의 의병군을 지휘하여 꼭두새벽인 오경 무렵에 삽으로 영지못을 끊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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