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보수상 서신 5호(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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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4장 / 의병장 윤홍명과 이눌·보수상 서신 5호(46)
  • 권지혜 기자
  • 승인 202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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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영남알프스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배경이 되고 있는 재약산 전경. 백승휘 소설가 제공

이것을 신호로 황희안 장군은 궁수 62명을 이끌고 영지못 아래 양쪽으로 매복하고 있다가 화살을 비 오듯이 쏟아 부었다. 궁수들의 1차 공격이 끝나자 이눌 장군과 이언춘 장군의 의병군이 살아서 도망가는 나머지 적들을 섬멸하였다.

삼백여 명의 왜적들이 영지 전투에서 전멸하였다. 의병군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는 완벽한 승리를 하였다. 이 싸움에 대한 소문은 눈덩이처럼 부풀려져서 항간에는 영지에서 죽은 왜적의 수가 일만이 넘는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너무 과장된 것이다.

천사장 이눌 장군은 나아곡 전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투도 자신의 공적서를 조정에 올리지 않았다. 장군의 속내는 알 수 없으나 그가 겉으로 표명한 이유는 이 땅의 백성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며, 중앙의 벼슬자리는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자신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동은 의병의 승리를 확인한 후에 그곳을 벗어났다. 익숙한 지형을 이용해서 어둠 속을 달렸다. 동이 터 오를 무렵에 그는 무룡산 정상에 도착했다. 동해바다에서는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날 새벽녘에 무룡산에서 검술을 연마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해가 뜨는 모습은 제대로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는 가슴 가득히 해를 품었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천동은 두 팔을 벌려서 심호흡을 한 후에 천천히 동굴로 갔다. 등잔에 불을 붙여서 동굴을 밝혔다. 국화 누이의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이의 얼굴이 참 곱다고 생각했다.

이마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려고 손을 뻗다가 슬그머니 거두었다. 천동은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본 후에 이마에 살짝 입술을 찍었다.

‘미쳤어. 곤히 자고 있는데 깨면 어떻게 하려고.’

천동은 자신을 나무라며 조용히 자리로 가서 몸을 눕혔다. 노곤한 몸은 그의 눈꺼풀을 짓누르고 그를 깊은 잠속으로 이끌었다. 얼마를 잤을까? 맛있는 냄새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올가미에 걸린 토끼를 주워왔어. 오늘은 운수대통이야.”

“토끼는 언제 손질했어요? 전에 손질은 해 봤어요?”

“아니, 오늘 처음 한 거야. 처음에는 두렵고 징그럽게 생각됐는데 두 눈 질끈 감고 하니까 되는 거 있지? 내가 이쪽에 소질이 있나 봐.”

국화가 변하고 있는 게 조금씩 눈에 보였다. 천동은 그런 누이를 보며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보고 국화가 한 마디 했다.

“동생! 그거 알아? 동생의 미소는 너무 멋있어. 여자를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는 거 같아. 아무 여자한테나 그런 미소 지으면 안 돼. 여자들이 상사병 걸릴 거야.”

“누이, 이거 칭찬 맞죠?”

“아니, 욕이야.”

“뭐라고요?”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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