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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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6)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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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농소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울산왜성 전경. 울산시 제공

그는 유월에 관직을 제수 받고 한양의 도성 밖에 위치한 훈련도감에 배속되었다. 그의 밑에는 처음부터 양반이었던 자들이 초급 무관으로 임명이 되어서 일하고 있었는데, 천동의 출신이 알려지면서 그의 지시를 무시하는 일이 무시로 일어났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천동의 상관은 그것을 천동의 무능력으로 몰아세웠고 그를 경멸하기까지 했다.

아무도 그에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천동은 답답한 마음에 술이나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해 질 무렵 도성인 한양의 외곽에 위치한 저잣거리를 걸었다. 그러다가 그는 사람의 해골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 그렇지만 전장에서 사람의 시체를 본 것이 한둘이 아닌 그이기에 계속해서 주막을 찾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나 쉽게 찾지 못했다. 구불구불 미로처럼 이어진 사대문 밖의 한양은 오가는 사람들이 드물어서 적막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그는 이상한 소리가 나는 곳이 있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 남자가 아직 채 숨이 끊어지지 않은 여인의 살점을 베어서 씹고 있었다. 천동은 너무도 끔찍한 광경에 토악질을 했다.

“우웩, 우-웩.”

사내는 천동의 토악질에 흠칫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주위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여인의 살점을 베어서 질겅질겅 씹어 먹었다. 더 이상 봐줄 수가 없다고 생각한 천동은 일 검에 사내의 숨통을 끊었다. 천동이 다시 여인에게 다가갔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는 여인의 시체를 어찌할 수가 없어서 다시 가던 길을 한 시진 쯤 계속해서 갔으나 끝내 주막은 찾을 수가 없었다.

천동은 하는 수 없이 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여인의 시체가 있던 곳을 가 보았으나 여인의 시체는 없고 해골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뼈의 굵기로 봐서는 두 시진 전에 보았던 그 여인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 짧은 시간에 여인의 시체를 사람들이 뼈만 남기고 먹어치운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가 휘청거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그가 비틀거리며 쓰러지자 누군가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자신도 눈앞의 그 여인처럼 뼈만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어났다. 그때서야 천동은 자신이 죽인 남자가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은 물론 인골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그를 지켜보는 눈들을 검으로 죄다 파버리고 죽여 버리고 싶은 살기가 그의 몸에서 강하게 일어났으나 가까스로 억제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천동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물 한 방울 입에 넣지 못했다. 먹은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토악질을 해댔다. 그러다 보니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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