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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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5장 / 선조 의병장 김덕령을 친국하다(69)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0.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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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주변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에서 내려다 본 태화강 전경. 울산시 제공

“전하, 의금부의 국문은 형벌이 가혹하여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형벌이 가혹하다? 역적의 죄상을 밝히는 국문인데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관병도 아니고 사병인 의병들을 그렇게 많이 거느린 자들은 철저히 조사하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네. 태종대왕께서 왜 자신을 지켜주었던 사병을 혁파한 줄 아시오? 사병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오. 전란 중이라는 이유로 이놈 저놈 다 사병인 의병을 거느리고 있소. 그래서 내가 의병들을 해산하고 관군에 편입시키라고 지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별적으로 의병을 거느리는 놈들은 다 의심스러운 놈들이오. 내 말이 틀렸소? 말해 보시오. 서애대감.”

주상은 이몽학의 난이 있기 전에도 의병군대에 대해서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이몽학의 난을 겪은 후에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그런 임금의 불안한 심리를 권신들은 철저히 이용했다. 그 결과 전공이 크고 백성들의 지지도가 높은 장수들은 죄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으며, 그들은 주상의 근심거리를 제거하여 신임을 얻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니, 조정의 피비린내는 가실 날이 없었다.

“주상전하, 이 류성룡이가 다시 한 번 간곡히 주청 드리옵니다. 김덕령 장군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내 듣기 싫다 하지 않았소. 그대도 이제 권력이 생겼다는 건가? 내 말을 이렇게 무시하다가는 아무리 서애대감이라고 해도 그 목이 온전하지 않을 터. 조심하시오.”

주상은 말과 함께 술병을 내던졌다. 청자 주병이 깨지는 소리가 강녕전에 울려 퍼졌다. 주상의 눈이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류성룡은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머리털이 쭈뼛거렸다. 온몸의 털이란 털은 다 곤두서고 있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전하, 죽여주시옵소서.”

“죽여달라? 그 말 진심인가? 그대가 보기에는 내가 무능해서 임금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그건 그대의 판단일 뿐, 이 나라 조선은 누가 뭐래도 나 이연의 것이오. 그대들이 아무리 힘이 있고 잘났다고 해도 결국은 나의 신하들일 뿐, 조선의 왕은 나 이연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오.”

“전하. 듣기가 참으로 민망하옵니다. 거두어 주시옵소서.”

“알아들었으면 이만 물러가시오.”

류성룡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보위에 오를 때의 총명함은 다 어디로 가고, 이제는 권신들에게 둘러싸인 주상이 그들의 달콤한 아부에 취해서 충직한 신하들을 죄다 역적 보듯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군신관계를 떠나서 사석에서 형제처럼 지낸 사이였지만 그것도 이젠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조금 전에 주상이 내뱉은 말처럼 언젠가는 자신도 역적으로 몰려서 참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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