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천동이 마침내 움직였다. 한밤중에 의금부 옥사에 잠입한 것이다. 옥사로 가는 도중에 그곳을 지키는 나졸들에게 발각되었지만 간단히 제압하고 김덕령 장군이 갇혀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익호장군 앞에서 복면을 벗고 인사를 여쭈었다.
“장군님! 소인은 울산에 사는 양가 천동이라고 하옵니다. 몸은 좀 어떠하신지요?”
“너의 이름은 홍의장군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더냐? 경계가 삼엄한 곳인데.”
“소인에게 조그만 재주가 있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그보다 장군! 소인이 장군을 모시겠습니다. 따르시지요?”
“나보고 탈옥을 하라는 것이냐? 탈옥은 죄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 역적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란 말이다.”
“장군의 죄 없음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잠시 이곳을 피하신다면 반드시 장군의 무고함은 밝혀질 것입니다. 서인의 우두머리인 윤두수와 이시언, 김응서 등이 장군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서 이곳에 있는 한 장군이 아무리 죄를 부인해도 결코 살아서는 나가지 못할 것이옵니다. 부디 소인의 말을 들어주시옵소서.”
“옥졸들에게 들키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니 내 걱정은 말고 돌아가거라.”
“장군, 왜 앉아서 죽임을 당하려고 하십니까? 위나라의 현자인 자화자는 목숨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했습니다.”
“네 뜻은 고맙고 가상하나 나는 절대로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이 두려웠다면 의병을 모집하여 왜적들과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죽고 사는 거에 연연하는 건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지. 그렇지 아니하냐? 백정인 너는 왜 목숨을 걸고 왜적들과 싸운 것이냐? 양반이 되고 싶어서냐? 너 또한 목숨 부지하는 데 연연한 사람이었다면 그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 본 것이냐?”
“아니옵니다.”
“면천은 되었느냐?”
“네. 관직도 제수 받았지만 그만두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잠시 입었던 거 같습니다.”
“혼자라서 그런 것이다. 너처럼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사람은 조직에서 살아남기가 더 힘들 것이다. 너를 인정하고 보호해줄 사람을 찾아가거라. 그리하면 다시 관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홍의장군도 그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말씀은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제 문제로 장군을 찾아뵌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장군, 정여립의 모반사건이 조작되었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서인들이 전라도의 인재란 인재는 죄다 모반죄로 엮어서 죽이고, 반역지향(叛逆之鄕)으로 낙인 찍어버렸는데 장군은 그곳 출신입니다. 장군처럼 뛰어난 인재를 조정 대신들과 주상이 그냥 두겠습니까?”
글 : 지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