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대안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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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대안은 없는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02.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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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의 상업 포경 전면 중지 결정에 따라 장생포는 포경어업기지로서 역사 속에 사라졌다. 즉 장생포의 포경은 러시아 포경업자들이 장생포에 포경기지를 건설한 1899년 이후 마지막 포경선이 장생포항으로 돌아온 1985년 끝이 났다. 이후 장생포가 급격히 낙후되기 시작하자 2008년 장생포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해 과거의 영화를 재현하고자 했다. 고래문화특구의 대표적인 시설로는 고래박물관을 비롯해 돌고래수족관을 보유한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문화마을 테마파크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러한 시설물과 함께 고래축제 개최 등을 통해 고래 도시 울산을 대내외에 알리게 되었다.

그런데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쇼’에 대해 말들이 많다. 최근에는 해양환경단체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앞에서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행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울산이 고래를 죽이는 도시가 아니라 고래와 공존하는 도시가 되기를 주장해왔다. 일리가 있다. 2020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아롱’이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2009년 일본에서 건너와 10여 년간 살았던 고아롱의 폐사는 갑작스러웠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고아롱 등 돌고래들에게 적절한 서식환경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극심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그동안 고래생태체험관이 보유했던 돌고래 몇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생태관광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생태관광이란 생태(ecology)와 관광(tourism)의 합성어로서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는 관광, 보전을 지지하는 관광, 환경인식을 제고하는 관광의 공통분모를 생태관광이라 정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생태관광의 정의에 비추어보면 장생포의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쇼’는 진정한 생태관광의 개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돌고래 쇼’는 전근대적 관광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고래생태관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자연의 고래 생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제주 퍼시픽 랜드 소유주 호반건설은 수족관 돌고래가 연이어 죽자 돌고래들을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의미가 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대안은 없는가? 일본 나가사키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에서 찾아보자. 하우스텐보스 내에는 네덜란드에 실제 있었던 대홍수 체험시설인 호라이즌 어드벤쳐(Horizon Adventure)가 운영되고 있다. 800t의 물을 이용해 네델란드를 엄습한 대홍수를 체험하는 어뮤즈먼트 시설로서 하우스텐보스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설 중의 하나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전설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줄거리는 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분노한 물의 정령이 대홍수를 일으켜 마을 전체를 멸망시킨다는 내용이다. 폭 52m, 높이 18m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특수장치를 이용한 폭풍, 번개, 안개, 파도, 비 등의 특수효과가 압권으로서 실제 800t의 물이 무대에 연출되는데 음향과 조명의 파워 업 및 최신 디지털 기술과 특수 효과 기술을 구사해 객석의 한사람 한사람이 주인공과 같은 체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을 리모델링해 ‘돌고래 쇼’를 하는 곳이 아니라 일본 하우스텐보스 내 호라이즌 어드벤쳐 시설처럼 만들 것을 제안해 본다. 즉 과거 장생포의 포경선이 파도와 싸워 고래를 잡는 모습과 해체하는 것까지의 모습을 대형 화면에 AR이나 VR 기술로 담아내고, 특수 효과는 물론 무대에는 폭풍우가 쏟아지고 객석의 좌석은 포경선이 되어 화면의 파도에 따라 출렁거리는 시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돌고래 학대라는 논란은 없을 것이고, 가뜩이나 부족한 울산의 체험관광과 정적인 관광상품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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