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견직 국가경찰관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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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파견직 국가경찰관의 바람
  • 경상일보
  • 승인 2022.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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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동 울산시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정책과장

지난해 경찰 조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법률에 근거한 1차 수사기관이 되었고,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그래서 현재 수사부서와 자치경찰위원회가 가장 ‘핫(hot)’한 부서라고 말하는 경찰관이 있을 정도다. 점차 그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울산시장 직속의 자치경찰위원회에 1년간 파견 근무하게 되었다. 변화·발전하는 경찰행정과 지방행정을 동시에 접한 것이다.

자치경찰사무는 경찰서의 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과에서 처리하고 있다. 울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심의와 의결을 통해 울산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한다.

용어는 생소하지만 자치경찰사무는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다. 방범등과 범죄예방 CCTV 등 시설개선을 통한 범죄예방 업무(생활안전), 교통신호기,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 설치업무(교통), 학교폭력·가정폭력·교통사고·경범죄 등의 수사사무를 들 수 있다.

자치경찰제 시행 8개월째임에도 시민들은 경찰의 변화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연초 시행된 인사이동에서 자치경찰제를 점증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사무를 맡는 울산경찰청의 계장 직위와 울산의 각 경찰서 과장, 계장 직위의 전보 임용권을 행사했고, 각 경찰서장이 자치경찰위의 의견을 사전에 듣고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을 보임했기 때문이다.

또, 자치경찰사무는 지방재정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자치경찰위를 통해 시의회로부터 예산심의를 받는다. 그래서 자치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지방재정 업무도 접해야 한다.

울산자치경찰위는 지난해 5월27일 출범했고 이어 7월1일에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됐다. 자치경찰제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진행형이다. 주민들의 신고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지역 경찰의 인력과 장비를 자치경찰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 자치단체장의 실질적 인사권 행사와 견제, 자치경찰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위해 특별회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등 많은 논의와 법률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과 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렸듯이, 울산만의 진정한 자치경찰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출범 1년이 안됐음에도 울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많은 일을 했다.경찰관 인사제도의 구체화 작업 외에도 자치경찰사무를 맡는 경찰관들에게 표창을 수여해 사기를 북돋았다. 또 정신병원에 응급치료 병상을 마련해 현장 경찰관들의 애로를 해소했다. 올해는 복지포인트도 지급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타 시도 경찰관이 승진했다는 이유로 발령받아와 1년간 파출소장을 하고 훌쩍 떠나는 경우는 없어질지 모른다. 동네 지구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순경이 계속 승진해 팀장도 되고 지구대장이 돼야 하지 않을까. 또, 경찰서장도 기초자치단체장과 함께 짝을 이뤄 출마해 주민들이 직접 뽑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소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권력의 집중을 막고, 절차적 민주성을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가성비 높은 행정이 아닐까 싶다.

이런 마음가짐에도 여전히 자치경찰위원회 근무가 낯설다. 생각해 보니 국가직 경찰에 몸담은 지가 30년이 넘었다. 내 몸은 이미 국가경찰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난해부터 시행된 자치경찰제를 국가경찰을 기억하는 내 몸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건지도 모른다.

자치경찰제도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경찰관들의 인식에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디 울산시만의 자치경찰 모델이 잘 정착되어 시민들이 범죄로부터 안전함을 느끼고, 울산 경찰의 근무 여건도 실감나게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안현동 울산시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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