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19)]버섯이 나는 골짜기 용장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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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19)]버섯이 나는 골짜기 용장골
  • 경상일보
  • 승인 2022.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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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버섯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연히 경주 용장리의 한자를 보고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바로 버섯 용(茸)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장리’로 검색을 해보니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용장리(龍獐里), 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면 용장리(龍藏里),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茸長里) 이렇게 세 곳이 나오는데 버섯 용을 쓰는 곳은 경주가 유일하다.

용장골은 경주 남산의 50여개의 계곡 중에서 가장 크고 깊은 골짜기로 약 3㎞에 이르며 22개소의 절터가 확인되고 있다. 용장골 입구에서 열반골 갈림길을 지나 설잠교까지는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다. 설잠교에서 갈림길을 맞는데 다리를 건너가면 용장사지로 오르는 탑상골이다. 설잠은 조선시대 생육신이자 대시인인 김시습의 법명이다. 세조가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삼각산 중흥사에서 읽던 책을 불태우고 승려가 된 설잠은 10년간 전국을 떠돌다가 31살에 이 곳 용장사에 자리를 잡고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저술했다.

▲ 송이
▲ 송이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속 올라가면 은적골이다. 은적골은 김시습이 왕명을 받고 자신을 찾으러 온 관리를 피해 숨었다던 골짜기로 남쪽을 향해 길게 뻗은 양쪽으로 암릉과 소나무, 신우대, 참나무 등 활엽수가 들어 차 있다. 그래서 용장골은 버섯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으로 송이뿐 아니라 다양한 버섯이 발생하기에 맞춤이다. 경주 남산은 알 만한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듯이 송이의 대표적인 산지이다.

김시습의 <매월당집>에 ‘송균(松菌)’이란 시가 있다. ‘하룻밤 솔 고개에 비바람이 넉넉하니/ 찬 가지와 송화 그릇에 물방울이 가득차네/ 바람 솔솔 햇살 가까워 땅은 느슨하게 헝클어지고/ 솔 비녀 떨어진 곳에 버섯 꽃이 빛나네/ (중략)고운 몸은 아직도 송화 향기 띠고 있네/ 희고 짜게 볶아내니 빛과 맛도 아름다워/ 먹자마자 이가 시원한 것 깨닫겠네/ 말려서 다래끼에 담갔다가 가을 되면 노구솥에 푹푹 쪄서 맛보리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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