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영의 미술산책(65)]김지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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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영의 미술산책(65)]김지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2.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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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한 쪽 팔에 전공 책을 끼고 테이크아웃한 커피 한잔을 들고 친구랑 봄 캠퍼스를 걷고 싶은 것이 한 여대생의 소망이다. 이같은 일상생활 회복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지역의 미술대학교 학생들의 최근 작품의 주제가 전반적으로 무겁다. 사회적 상황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올해 대학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입학 후 거의 대면수업을 하지 못했다.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과 관계의 문제’가 20대 초반 미대생의 공통적 작업 주제가 되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이런 문제들을 작품으로 꺼내어 해소할 수 있다면 창작자로서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

김지윤은 올해 대학원을 졸업하는 예비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불안한 감정을 느낀 순간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좋은 기억들 속에 긍정적인 감정들도 있지만 그것은 크게 남아있거나 자주 떠올려지지 않고, 부정적이고 불안한 감정들이 오래 질척하게 남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불안한 감정이 느껴지는 이유를 찾고자 기억을 더듬다보면, 그 훨씬 이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묻혀있던 기억은 그때 느낀 감정과 공간까지도 포함되어 현재의 순간과 연결되어진다.

▲ 김지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 김지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평면작업이 꼭 장황한 서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지윤의 작업은 그 안에 복잡한 감정들이 있는 게 맞나 의심될 정도로 조형적으로는 심플하고 감각적이다. 작가가 그린 선과 면이 있고, 평면과 입체적 요소를 함께 가지면서 생겨난 공간이 자연스레 만들어낸 선과 면이 존재한다. 덮고 지워내고 그리고 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화면 위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아래에 많은 조형들이 가려진 채로 존재한다. 작가는 내면을 숨기는 행위를 통해 감정을 해소한다고 믿고 있지만, 오히려 은밀하게 드러내는 행위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보듬어가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극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얼굴그림만이 자화상은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많은 방법들이 있고 그것들은 다 자화상이 될 수 있다.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뚫려 있는 또 다른 공간은 외부세계와의 소통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지극히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이다. 김지윤은 지난해 진행되었던 울산국제아트페어 ‘New MICE, New Artist 2021 울산신진작가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고, 현재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는 ‘2022년 올해의 작가’상을 받아 1층 상설전시장에서 2월27일까지 합동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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