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반복되는 건축물 붕괴, 막을 수 없는가
상태바
[경상시론]반복되는 건축물 붕괴, 막을 수 없는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02.1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원효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지난해 6월9일 광주에서는 철거중인 건축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해체 건축물과 인접한 정류소를 지나던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곳곳을 휩쓸었던 화재 참사가 잊혀지기도 전에 마치 우리나라의 안전 불감증에 핵펀치를 날리는 듯한 커다런 충격적 사건이기에 필자에게는 참혹한 사건의 슬픔과 더불어 건축 전문가로서의 부끄러움이 아직도 마음 한 켠에 남아있다.

모든 건축물은 마치 사람의 인생과 같이 탄생과 소멸에 이르는 생애 주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탄생에 빗댈 수 있는 건축물의 생성 과정에는 모든 이들이 무수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면 소멸의 과정인 해체 과정에는 오히려 관심과 투자를 극도로 아끼게 되는 관행 때문에 광주 해체건축물 붕괴와 같은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지난 광주 해체건축물 붕괴 참사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철지난 법률이나 규제 등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효력이 없어지는 일몰제와 같이 건축물도 수명에 따라 안전하게 소멸(해체)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사실 국토교통부에서는 2021년부터 이런 사항을 고려해 ‘건축물 생애주별 맞춤형 안전확보’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2년도 건축안전 예산을 전년대비 5배 이상 증대한 541억원으로 인상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건축물의 수명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하는 기준 또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건축 재료의 성질과 강도에 따르는 물리적 수명과 사회와 경제의 여건에 따라 변하는 기능적 수명, 그리고 재개발 등 건축물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인한 사회적 수명 등으로 인해 건축물의 수명은 결정되는데, 건축물의 해체 과정에서는 이런 합리적인 모든 지식과 과정이 무시되기 마련이다. 이는 모든 건축주와 건축 관계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보다는 손에 잡히는 이윤만을 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친 이윤추구에 벼랑끝으로 내 몰린 국민안전에 대해 광주시건축사회 한 관계자는 지난 광주 해체건축물 붕괴를 거론하며 사고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 내용을 보면 “해체공사 감리는 사업자와 감리자 간의 사적인 계약이지만 문제는 건축주들은 어떻게든 상주감리비를 줄이려고 두 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하도록 하고, 10일간 해야 할 것을 5일간 하도록 해 부실 감리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국토교통부에서는 해체계획에 부합하는 감리계약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광주 해체 건축물의 붕괴로 인한 상처가 아물기도 전, 2022년 새해 시작에 즈음해 건설회사가 시공하던 주상복합단지 아파트 현장이 붕괴되어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또 다시 광주에서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반복되는 참사를 우연이라고 치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또 다시 현장조사가 시작되고 관계자들의 처벌을 거쳐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하겠지만 필자는 국토교통부의 후속 조치 뿐만아니라 국민들이 공감하는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축물의 붕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사례연구를 통한 공사감리 매뉴얼과 제도 전반에 대한 좀 더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며, 또한 건축물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 처벌기준이 강화되고 현장에 참여한 각 주체가 책임을 떠넘기며 건축공사 감리자를 탓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함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건축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반복되는 건축물의 붕괴 참사가 단순한 행정적인 후속 처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건축의 안전과 건축물 생애주기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드러나 ‘더욱 안전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원효 울산광역시건축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