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로우’가 월든에서 지낸 2년여의 시간은 <월든>을 통해 진정한 삶에 대한 파문을 끝없이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 당시 미국정부의 흑인노예제도 용납과 영토확장을 위해 멕시코전쟁(1846년)을 일으킨 정부에 대한 항의가 담긴 <시민의 불복종>(은행나무, 강승영 옮김)은 불의에 대항하는 단 한 사람으로서의 정신과 태도와 행동지침을 거침없이 말해준다. 수많은 정치와 사회사상에 전환을 일으킨 책, 노동운동가들과 인권운동가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불어넣은 책. 늘 정의와 민주화에 목마른 우리에게 뼛속깊이 파고드는 메시지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처럼 선하게 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단 몇 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이 어디엔가 있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전체를 발효시킬 효모이기 때문이다.”(p29)
“정부의 성격과 처사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으면서도 충성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의심할 나위 없이 정부의 가장 성실한 후원자들이고, 따라서 개혁에 가장 심각한 장애가 될 경우가 많다.”(p34)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면서 개정에 성공할 때까지는 그 법을 준수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이라도 그 법을 어길 것인가?”(p36)
우리는 흘러가는 세상에 타협과 영혼 없는 지지와 극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물든 지 오래다. 하지만 바다를 숨 쉬게 하는 소금이 되고자하는 이들은 짠맛을 잃지 않는다. 부패를 막고 정의의 맛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소금 꿈을 꾸며 소금으로 존재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도덕적으로 우위이면 그는 이미 다른 사람들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인 ‘한 사람으로서의 다수’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엔 ‘시민의 불복종’외 5편의 소로우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소로우의 예리한 관찰력과 풍부한 유머와 치열한 삶이 풀어낸 문장들로 황홀경을 이룬다. 아마 이 책 독서 후엔 초봄을 맞은 나무들이 생명의 물 길어 마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설성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