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까마귀똥이 만드는 ‘운수대똥’ ‘펀(Fun)’한 도시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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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까마귀똥이 만드는 ‘운수대똥’ ‘펀(Fun)’한 도시경쟁력
  • 경상일보
  • 승인 2022.02.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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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행동과 몸짓은 더욱 움추려 들었다. 웃음보다는 마스크를 착용한 긴장되고 경직된 모습이 오히려 일상이 되었다. 일부러 재미를 찾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만사에 힘 잔뜩 주고 긴장한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힘들게 한다.

‘펀(Fun)’의 사전적 의미는 ‘재미있는’ ‘즐거운’이다. ‘펀-경영(Fun Management)’은 F(fun, 신나게) U(unique, 독특하게) N(nurturing, 보살펴라)의 줄임말로, 웃음 경영을 이르는 말이다. 1990년대 초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직원들에게 유머 훈련을 받게 해 직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경영 체제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초를 지나면서 2007~2008년 리만브라더스 금융사태 등 세계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역시나 동시대를 힘들게 살아가는 직장인과 사람들을 위한 따듯한 경영 스킨십 가운데 하나로 주목 받았다. 이것을 도시경영에 도입한 것이 펀 시티(Fun-City)다. 지루하고 평범할 수 있는 ‘뻔’한 도시이미지를 벗고 즐겁고 친근한 ‘펀(Fun)’한 도시로의 탈바꿈이 바로 ‘펀 시티’다.

광주시 이용섭 시장은 2022년 들어 ‘펀시티 사업’을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개한 ‘2020년 국민 여행 조사’ 결과 광주시(1.3%)는 세종시(1.1%)보다는 하나 위였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찾는 국내 여행지에서 뒤에서 두 번째로 방문객이 적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울산시는 뒤에서 네 번째였고 경기와 강원이 각각 1, 2 순위였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EBS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광주를 대표하는 펀(Fun) 랜드마크를 조성해 ‘꿀잼 도시 광주’ ‘펀 시티 광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통해 광주 시민 뿐 아니라 외지인들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예술과 관광을 즐기는 문화콘텐츠 도시로 경쟁력을 키우고 삶의 질을 높여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BS는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와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펭수’ ‘뿡뿡이’ ‘번개맨’ 등 유명 캐릭터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캐릭터를 광주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AI, VR, 4D 등 첨단·스마트 기술, 미디어아트 등과 결합시켜 흥미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세계 5위(TOP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강에 위치한 노들섬에 5년 정도 계획을 세워서 음악과 미술 등 각종 예술 활동이 1년 365일 돌아가는 예술섬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 곳곳에서 재미를 품은 ‘펀(fun) 디자인’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울산시가 까마귀 똥을 맞은 관광객들에게 5만 원 권 쿠폰을 준다고 밝혔다. 이른바 ‘운수대똥 이벤트’다.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해 한때는 죽음의 강이라 불리었던 태화강이 살아나면서 2003년경부터 울산을 찾아오는 떼 까마귀를 통해 울산을 생태친화적이며 동시에 재미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번 행사는 2월19일부터 내달 6일까지 2주간 태화강 국가정원 일원에서 열린다. 참가 대상은 울산시민들이 아니라 타 시·도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이다. 울산시 사회적기업인 ‘공감만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400명을 선착순 접수한 뒤 우비 등으로 구성된 키트를 발송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행사 기간 내 태화강 국가정원의 떼까마귀 군무 체험을 즐기면 된다. 체험 중 까마귀 똥에 맞으면 5만 원 쿠폰을, 떼까마귀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2만 원 쿠폰을 선착순 100명에게 지급한다. 쿠폰은 인근 상가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사용기한은 내달 27일까지다. 이번 행사는 ‘꿀잼도시 울산 만들기(Honey-U)’의 하나로 마련됐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지 않은 울산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생태·문화·관광도시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펀 시티 개념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울주군은 영남알프스의 9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면 은으로 만든 메달(은화)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많은 등산객들을 불러 모았다. 물론 일시에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일단의 잡음도 있었지만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이 또한 지역 자원을 활용해 다시 찾게 만드는 펀 시티 경영의 일환이다. 도시경쟁력은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중심에 사람(공무원)이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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