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확진자 수가 17만여명에 육박했다. 2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일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IT·SW 비대면 기술변화를 가속화하면서 고용시장 전반의 대전환이 이뤄질 조짐이다. 그럼에도 여야 대선후보들은 2022년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한 현금지원성 단기 고용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뿐, 여전히 앞으로 닥칠 미래 일자리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부족하다.
지난 5년간 정부 주도 공공일자리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등 주요 민간 고용시장의 채용은 여전히 위축되고 있다. 공공에서 민간으로의 일자리 창출, 미래 인재양성 및 주체 간 협업, 변화된 노동시장을 반영한 법·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일자리(job)·사람(people)·환경(environment)을 고려한 일자리 창출의 중장기 비전과 목표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고령화는 한국의 미래 일자리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인구구조 변화는 이미 지역 소멸과 산업별 노동 공급 부족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혁신기업 성장을 통한 경제 전반의 노동수요 개발과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가 지역·산업별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과 위드 코로나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를 살펴보고, 중앙·지역이 협업하는 행정권역을 넘어선 초광역 경제권 단위의 일자리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과 구직자 역량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전통산업 전환 과정에서 이·전직이 필요한 중장년층, 경력단절 여성 등을 디지털 인력으로 양성, 공급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연구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플랫폼 증가에 따른 법적 개선이 필요한 노동 취약계층을 고려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고용주체인 기업과 구직자의 역량 강화도 정부가 해야 할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과 지역별 특화 산업에 대한 혁신지원 정책이 필요한데, 미래의 인재 양성과 협업 네트워크의 주체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청년의 좋은 일자리 감소가 사회문제로 부각된지 이미 오래고, 지난 5년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단과 현금성 지원은 대폭 증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느끼고 있는 상실감이 여전하다. 그 이유는 단순 일자리 문제만이 아닌 사회구조와 문화의 변화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확산으로 이미 시민들은 가족 단위의 소규모 모임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은 다양한 유연근무제 도입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문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경제구조, 노동시장, 교육체계 등의 혁신이 반드시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법적·제도적 환경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노동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보다 1950년대의 노동법을 답습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일하는 방식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과 우리 사회의 디지털 인력공급과 법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범정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근본적인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기업이 주도하고 산학연관이 협업하는 일자리 창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최근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서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제철, 석탄 등 전통산업의 쇠퇴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우리나라 생산성 향상의 역군이었던 중장년층의 이·전직 지원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미래 일자리 과제다. 지역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일자리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업종별 수요에 기반한 인력양성 체계 강화와 취업연계 방안의 고도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