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예술기관 정치에 예속…울산 문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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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화예술기관 정치에 예속…울산 문화 미래가 없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2.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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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울산은 물질문화와 비물질문화의 간격이 나타나는 문화지체현상이 심각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과 함께 지난 60여년간 경제 중심으로 급속한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재단들이 속속 설립됐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뭘까. 지역문화진흥이라는 사명을 갖고 있는 문화재단들이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8년 11월부터 울산문화재단 대표를 맡고 있는 전수일씨는 임기 8개월여를 남겨두고 지난달 말 사직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캠프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던 그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판으로 돌아간 것으로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전문성 보다는 정치적 인선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문화재단 대표가 되기 전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이사장을 맡고 있기는 했으나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었던 그다.

남구 고래문화재단의 실질적 대표인 박기성 상임이사도 지난 21일 사직했다. 취임한 지 불과 5개월여 만의 사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그의 사퇴 이유도 역시 대선과 지방선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남구청장 재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포기한 다음 지난해 8월 임기 2년의 고래문화재단 상임이사를 맡았다. 정치적 입지 확대를 위한 개인적 욕심과 정치적 거래로 인한 전략적 인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울산에는 3개의 문화재단이 있다. 2011년 11월 울산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남구의 고래문화재단은 벌써 12년이나 됐다. 초대 이사장은 기업인이 맡았고 2014년 12월부터 남구청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사장이든 상임이사든 실질적 대표자리를 문화예술 전문가가 맡은 적이 없다. 울산시의 출연기관인 울산문화재단은 2017년 1월 출범해 만 4년을 지났다. 초대대표는 공모를 통해 전문가가 맡았으나 2년이 채 안돼 물러나고는 전수일 대표에게 넘겨졌다. 2020년 11월 출범한 울주문화재단도 어느새 1년3개월이다. 대표이사는 공모를 통해 선임된 방송인 출신으로 정치적 인선은 아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화재단 대표에 걸맞은 대우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광역·기초 모두 문화재단 대표가 독립적으로 예산 수립과 추진력을 갖기 어려운 직급이다. 이 때문에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외면함으로써 정치적 인선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적잖은 세월에도 불구하고 울산지역 문화재단이 아직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적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이유를 심도 있게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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