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있으면 새 학기를 맞이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해온 지난 학기와 달리 새 학기부터는 코로나19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등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부터는 온라인 수업으로 가까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하는 수업에서 탈피해 이전처럼 멀리 있는 칠판을 보면서 수업하게 된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학생들은 가까운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근거리에서 사물을 편하게 볼 수 있었는지 멀리 있는 사물을 문제없이 볼 수 있었는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신학기부터는 등교해서 멀리 있는 칠판 글자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보면서 수업을 하게 된다. 또한, 야외 활동도 함께 늘어나 신체 활동도 증가하게 된다. 지금부터는 지난 2년여 동안의 환경과 달리 좀 더 개방된 공간과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므로 그에 알맞은 준비가 필요하며, 이러한 학습 환경에서도 최적의 상태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는 난독증, 수학장애, 청각정보처리장애, 시각정보처리장애, 필기장애 등 많은 요소가 있다. 이들 중에서 시각은 학습의 80% 정도를 담당하는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시각을 포함한 눈의 이상으로 학습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각은 단순히 사물을 볼 수 있는 인지 상태를 말하며 시력은 원거리의 물체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이다. 만일 시력이 나쁘면 멀리 있는 칠판이나 스크린 또는 TV 화면에 나타난 글씨가 보이지 않아 원활한 학습이 이뤄지지 않다.
그래서 신학기가 되면 시력으로 인해 학습에 지장을 받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는 학생들의 시력 검사를 직접 하거나, 아니면 안경원 또는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받게 하고 그 검사 결과를 제출하게 한다. 시력이 좋으면 학습에 지장이 없다고 일반적으로 인식하지만, 수업시간에 원거리와 근거리를 지속해서 번갈아 보면서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시력이 좋다는 것만으로 학습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연구에 의하면 시력이 좋아도 학생의 약 25~30%는 눈으로 인해 학습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두 눈의 협응이 원활하지 않아 글자를 편안하게 오래 볼 수 없거나, 카메라의 줌 기능과 같은 조절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글자가 흐려 보이거나, 책을 보면 두통이 발생하거나 졸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는 눈이 정확히 글자를 차례로 따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눈의 움직임 이상으로 인해 독서 시 정확도가 떨어져 난독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흔하지는 않지만,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를 기억하지 못하여 학습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처럼 눈의 이상으로 인해 학습에 많은 악영향이 발생하지만, 시력만 좋으면 공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또한, 시력이 좋은 상태에서 독서와 같이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집중력이 오히려 떨어지거나, 반대로 근거리의 글자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도 안경을 착용하지 않으면 학습의 효율이 낮아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학생 보호자는 물론 학생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효율을 높이고 학습에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 우선 눈의 기능상태가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신학기 때 학생의 시력만을 조사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해서 학습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검사항목을 개발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진외국과 같이 학부모나 교사들은 자녀나 학생들이 눈으로 인해 공부를 힘들어하고 어려워하지는 않는지 항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재도 전 경운대 안경광학과 교수 검안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