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 조선산업도시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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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계 조선산업도시 열전
  • 경상일보
  • 승인 2022.03.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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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육 울산시 동구 부구청장

인류는 암각화를 새기던 시대부터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나 짓지 못하는 배가 화물 수송용 상선, 군용 특수선, 크루즈선이다. 현재 상선은 아시아 한·중·일, 특수선은 미국, 크루즈선은 유럽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울산의 현대중공업은 LNG선, 컨테이너선 등 상선을 위주로 하는데 기회가 되면 구축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도 건조한다. 앞으로 친환경자율운항 상선과 항공모함까지 건조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럼 그런 조선소를 배후 지원할 울산은 어떤 도시가 되어야 할까.

한때 울산에서는 조선산업 쇠퇴를 극복해 낸 스웨덴 말뫼의 지역 기술혁신과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울산도 어느새 상당한 기술혁신과 문화인프라를 갖추었다. 말뫼의 코쿰스 크레인이 온지 20주년이 다 됐는데 조선산업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제 다시 어느 도시를 배워야 할까.

중국 조선산업은 크게 발해만 대련, 장강 하구 상하이, 주강 하구 광저우에 포진해 있다. 리더인 중국선박집단(CSSC)은 지난 2019년 중국선박공업과 중국선박중공집단이 연합해 탄생했다. 중국은 체제와 규모가 우리와 워낙 차이가 나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해도 적용하기가 어렵다. 일본 최대 니혼조선은 지난해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합병한 기업이다. 항공모함까지 건조했다. 일본은 섬과 항만이 많은 만큼 조선소가 전국에 산재해 있다. 대표격인 이마바리조선소는 시코쿠 에히메현 이마바리(今治)에 있다. 일본 조선산업에서는 배울 것이 많지만 우리 미래 모델이 일본에 그친다고 한다면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 다시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핀칸티에리, 독일 파펜부르크의 마이어 베르프트, 프랑스 생나자르, 핀란드 투르쿠 등에서 크루즈선과 군함들을 건조한다. 영국 에딘버러 인근 로사이스(Rosyth)에서는 밥콕사가 ‘퀸 엘리자베스’ 경항공모함을 건조했다. 노르웨이 스타방에르(Stavanger)에는 로젠버그조선소가 있고,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에 참여하고 있는 에퀴노르사 본부가 있다. 러시아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드미럴티조선소에서 핵추진 쇄빙선을 건조하는 틈새기술 보유국이다. 이렇게 보면 유럽 선진국들이 모두 조선해양산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 20척, 이지스함 70척, 핵잠수함 72척을 스스로 건조했다. 핵과 항공, ICT를 모두 융합해야 가능한 것이니만큼 세계 최고의 군함건조기술을 가졌다. 현재 뉴포트뉴스조선사가 버지니아 뉴포트뉴스(Newport News)시에 있다. 하지만 미국 방위산업체들은 아시아 상선 건조업체들처럼 뼈를 깎는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1세기 들어 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조의 행동은 건조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배를 흔드는(Rock the Boat) 정도에 그치고 협약은 5년마다 갱신된다.

조선도시, 조선업체마다 생존여건은 모두 다르다. 확실한 것은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상선부문이 혁신력이 가장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선 기술력은 국가 방위산업 전체의 몫이고, 크루즈선 경쟁력은 해양관광 여건이 반영돼 있다. 이런 경쟁 속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온 울산 조선업이 그래서 자랑스러운 것이다. 울산의 조선인(造船人) 또는 배무이들이 그래서 귀중하고 위대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로부터 우리가 배울 것들이 많다. 항공모함을 포함해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선박이 많다. 이런 프로젝트를 해 내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 간의 협력이 우선돼야 겠지만 도시 전체 차원에서의 폭넓은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나라는 나라대로 산업노동정책을, 지방정부는 교육 등 도시인프라를, 기업은 산업기술을 넘어 ESG 등 동반성장전략을 추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울산 노사민정, 산학연 모두가 따로 또 같이 어느 도시에서 어떤 면을 배울지 살펴봐야 한다. 반면교사로 삼을 점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보다 우리가 외국인에 대한 포용성이 높고 외국인력제도가 더 우호적이란 평가는 세계가 인정하는 모양이다.

김상육 울산시 동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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