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학생들은 계속 ‘인서울’이나 수도권쪽으로 가려고 하니….”
얼마 전 만난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하며 갈수록 외면받고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의 현실에 대해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추세대로라면 지방대학의 정원 미달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것은 물론, 머지 않아 지방대학 상당수가 고사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나 최근 몇 년 새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현실화 되고 있다. 실제 올해 경쟁률을 공개한 전국 일반대의 정시 지원 결과, 지방대 16곳이 정원에 미달됐다. 특히 상당수 지방대학들이 사실상 정원미달 마지노선인 ‘경쟁률 3대 1 미만’을 기록했는데, 지방대학들은 추가 모집에서조차 정원을 채우는 데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다. 추가 모집 지원자가 정원보다 부족하면 최종 신입생 충원 미달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비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율은 10.8%로, 수도권 대학의 두 배를 넘었다.
지역 유일의 4년제 종합대학교인 울산대학교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을 몇 차례나 한 끝에서야 최종 98.83%의 충원율을 기록했으나 결국 32명(정원 내)이 미충원됐다. 특히 음악학부는 전체 모집 정원 59명 중 15명이 미달되기도 했다. 울산대는 올해 신입생 최초 합격자의 등록률이 89.14%로, 3년 연속 80%대에 머무른데 이어 2년 연속 정원 미달이라는 달갑지 않은 성적표를 받게 됐다.
울산대는 타 지방대학에 비해서는 그 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종로학원이 2022학년도 대입 추가 모집 경쟁률을 공개한 4년제 대학들을 분석한 결과, 37개교가 정원을 못채웠는데, 대부분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이었다. 가톨릭관광대는 419명 모집에 118명만 지원했고, 경남대는 58명 모집에 21명만 지원하는데 그쳤다. 경쟁률을 미공지한 대학을 포함하면 실제 미달 대학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대학들은 문턱을 낮추고 ‘당근책’을 마련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울산대는 올해 추가모집에서 합격 후 전공을 선택하는 계열별 모집을 실시했고, UNIST는 지역인재전형에서 올해부터 학교장 추천제를 폐지했다. 울산대는 또 타 지역 학생에게만 제공하던 기숙사를 내년부터 울산지역 학생들에게도 개방하기로 했으며, 춘해보건대는 올해부터 교사 추천 장학금과 최초 합격 등록 장학금을 신설했고, 울산과학대도 학과 신설과 교육과정 개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근책’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촉발되고 있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처방이 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남지역 도립대학인 거창대가 전국 도립대학 중 취업률 1위를 달성과 함께 5년 연속 신입생 등록률 100%를 기록한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대학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과 체질 개선은 물론이고 지역특화산업 및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형 학과 개설, 또 타 대학과의 차별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