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국회 등에서 확진·격리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을 때 중앙선관위 측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여러 번 시뮬레이션했다”고 답변해왔다. 그 결과가 확진·격리자들이 추운데서 몇시간씩 기다리게 하고, 투표용지를 쇼핑백과 바구니 등에 담아서 들고 왔다갔다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자에게 주는가하면, 감염을 우려한 참관인이 참관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확진·격리자와 동선이 겹쳐 대기줄이 뒤엉키기도 하는 등 방역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문제가 터지자 ‘법과 규정대로 했다’고 변명을 하다가 결국 하루에 세번씩 사과입장을 내놓긴 했으나 여전히 “사전투표 규모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확한 문제인식 없이 높아진 사전투표율에 그 이유를 전가하고 있다. 본선거까지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선관위는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문제점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제시하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신뢰회복 없이는 공정한 선거관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확진자의 투표가 끝난 뒤에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확진·격리자가 투표하는 것으로 문제점이 완전 해소될 것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시간을 구분하고 일반 투표소를 그대로 이용함으로써 비확진자와의 혼선과 투표함 이용 문제는 해결이 되겠지만 선거관리원과 참관인들의 감염우려에 의한 참관 기피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또 이같은 투표소 참관기피가 개표장 참관 기피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선거관계자들의 투개표소 참관은 투개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비확진자의 투표가 지연될 경우 확진·격리자의 대기와 투표지연이 또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은 본선거를 문제 없이 치르는 것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이미 문제가 된 유권자 권리침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기표된 채 배부된 투표지의 유효 처리 여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기다리다 못해 되돌아간 유권자 권리침해 문제 등 선거 불복의 원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선거 후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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