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개학 첫 날
상태바
[교단일기]개학 첫 날
  • 경상일보
  • 승인 2022.03.0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정란 월계초등학교 교사

알람이 울린다. 전날 오후에 마신 커피 탓인지 밤새 뒤척이다가 막 단잠에 빠질 참이었는데 아쉬울 틈도 없이 몸이 총알처럼 튕겨 일어난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첫날!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빠르게 아침을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일일 교육을 안내하는데 교무실 전화벨이 정신없이 울린다. 여기저기서 코로나 확진 관련 또는 선별검사 실시로 인해 등교 중지를 문의하는 학부모의 전화다. 메모를 하는 손이 따라가기 버거울 지경이다. 아침에 우리 반 아이들도 맞이해야 하고 시업식과 입학식도 챙겨야 한다. 1학년 입학생들은 올해도 교실에서 비대면 입학식을 치러야 하고, 학부모들은 염려어린 시선으로 중앙현관 앞에서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

긴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학교의 전경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중앙현관 쪽이 시끌시끌하다. 고요했던 학교가 아이들의 웅성거림으로 깨어나는 것 같다. 반갑기도 하고 북새통처럼 어수선한 광경에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교실을 찾아 들어온다.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은데 모르는 척 수줍게 교실로 들어선다. “책상 위에 삼각 이름표가 있어요. 자기 이름이 놓인 책상 자리에 앉아주세요.” 아이들은 이름표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는다. 3학년이라 그런지 제법 의젓한 티가 난다. 1학년으로 입학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학교생활에 익숙해져 교사의 손을 크게 빌리지 않고 스스로를 챙기는 모습이 대견하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시업식, 입학식을 마치고 이제 담임교사로 아이들 앞에 선다. 내 반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하니 애정이 막 쏟는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마주친다. 개학 첫날부터 함께 하지 못한 텅 빈 자리가 네 자리나 있다. 얄미운 ‘오미크론’ 때문이다’. 개학 첫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등교를 못한 것은 교직 경력 통틀어 처음인 것 같다. 코로나는 얼마나 더 우리 아이들의 등굣길을 막을 것인지.

전에 읽었던 도종환 시인의 ‘스승의 기도’라는 시에서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교사는 아이들이 날개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그리고 저 하늘을 힘차게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는 교사로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학급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하는 이 순간 가장 마음이 편하다. 어젯밤 괜시리 긴장됐던 마음도 사라지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겨난다. 그래, 개학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 해 동안 이 아이들이 웃음과 행복감으로 가득 찬 교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 이런 다짐을 하며 개학 첫날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이정란 월계초등학교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