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부석사>에서 주인공인 그녀와 남자는 부석사에 이르지 못한다. 길을 잃고 눈 내리는 낭떠러지 앞에서 차를 멈추고 소설은 끝난다. 작가 신경숙은 끝내 부석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각자가 품은 절집 한 채로 남아있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부석사 오르는 길은 아침부터 북적인다. 눈 덮인 겨울 부석사를 놓친 사람들, 사과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나선 성급한 사람들이다. 부석사는 그 많은 사람들을 들이고도 수선스럽지 않다.
누군가는 부석사의 저녁 법고 소리만은 꼭꼭 숨겨 놓았다고 했다. 어떤 이는 하늘에 떠 있는 안양루 만큼은 혼자 향유하고픈 갈망을 드러낸다. 신심 깊은 남자는 무량수전 내부에 쭉쭉 뻗은 기둥들을 밤새 홀로 지켜보고 싶어 한다. 나 역시 부석사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일망무제로 펼쳐진 풍경을 내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렇게 자신들이 품은 부석사를 확인하기 위해 봉황산 중턱에 있는 절집을 숨이 가쁘게 오르내린다.

아미타여래 주불이 계신 무량수전 마당에는 석탑이 없다. 아미타부처님을 법당의 정면이 아닌 서쪽에 배치하고 있어 시선은 동쪽을 향한다. 그 동쪽 언덕에 보물 249호인 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이중 기단을 갖춘 전형적인 삼층석탑이다. 세월의 무게를 온 몸으로 견뎌 낸 탓에 지붕돌 모서리는 떨어져 나가고 여기저기 마모가 되었다. 무량수전에 앉아계신 부처님보다 높은 위치다. 탑돌이를 하다보면 자세가 어정쩡해진다. 무량수불이 하찮은 중생을 올려다보는 곳이라 몸을 한껏 낮춘 채 굽이치는 소백의 능선들을 바라본다. 봉우리들이 힘을 주어 진하게, 보통 진하게, 연하게, 좀 더 연하게. 점층적인 붓질로 시원하게 그린 한 폭의 그림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삼층석탑 주변에 몰려든다. 해설사가 신라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고 목청을 가다듬는데 뒤편 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 비끼듯 날아든다. 그 자리에 봄꽃 부풀어 올라 숨겨두었던 부석사를 살짝 보여준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