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0.9, 2.2, 작년 12월, 올 1월과 2월의 울산 지역의 강수량(㎜)이다. 겨우내내 채 1㎝도 오지 않았다. ‘50년만의 겨울 가뭄’이라고 한다.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동해안 일대에 지난 4일 오전 발생한 산불은 장장 213시간43분만에 일요일 오전 전국적으로 내린 봄비와 더불어 완전 진화됐다. 다음주까지 몇차례 비예보가 있어 어느 정도 해갈이 될 듯하다. 야생버섯의 매력에 빠지다보니 일상생활에 있어서 절기와 날씨 예보에 촉각을 더 곤두세우게 된다.
버섯은 가뭄에 잘 견디도록 특화되어 있다. 나뭇가지에서 발생하는 버섯은 비가 오지 않으면 생명활동을 할 수 없지만 두터운 세포벽을 가지고 있어 오랜 가뭄에도 잘 견딘다. 특히 건조한 조건을 좋아하는 버섯으로는 주홍꼬리버섯이 있다. 나무껍질 외부에 길이 1㎝ 내외의 주황색 점질물질이 요충이나 돼지 꼬리 형태로 발생하며 일부는 서로 엉키기도 한다.

흔히들 버섯은 습한 데서 난다고들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버섯은 버섯의 일생 중 포자, 균사를 거쳐 식물의 꽃에 해당하는 자실체다. 자실체는 물의 팽압으로 만들어지므로 자실체 형성에는 다량의 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버섯은 최소한의 물로도 잘 자라고 견디지만 자실체를 형성할 때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포자를 공기나 물을 이용해 확산시켜야 하므로 비 오는 날을 전후해서 우리 눈에 다양한 자실체들이 나타난다. 버섯은 가뭄과 물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진정한 날씨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이 오면 ‘봄비’가 와야 진정한 봄이 되고 만물이 소생하게 된다. 어제는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왔다. 다시 한 번 자연의 고마움과 겸허함을 배운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