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각 결핍과 양가감정(兩價感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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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감각 결핍과 양가감정(兩價感情)
  • 경상일보
  • 승인 2022.03.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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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디지털 미디어 발전으로 정보의 유통량이 많아지고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오래전부터 쓰인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정도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실감 콘텐츠,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콘텐츠 전달 수단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과학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오늘날, 우리 인간의 감각은 더 깨어났는가? 그래서 우리 지성(知性)의 지평은 더 넓어졌는가? 소통은 더 원활해졌고 확대됐는가?

우리는 자신의 몸 상태를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몸에서 이상한 징후와 조짐이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가 많다. 몸이 안 좋은 것이 그저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겨 버린다.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조금만 일찍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건강을 돌봤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분명 어떤 일이 일어나기 이전에 징조가 나타나는데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하느라 그 징조를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나서는 마침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이 정도면 무덤덤을 넘어선 무관심 수준이다.

살면서 일상 중에 느끼는 각종 오감(五感)이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좌우한다. 특히, 감각에 영향을 끼치는 변화는 아무리 작더라도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삶을 제공할 수 있다. 새벽 산책길을 가득 채운 꽃향기, 대지를 흠뻑 적신 밤새 내린 비 냄새,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섰을 때 은은하게 퍼져있는 짙은 커피향.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지으며 좋지 않은가.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이런 후각을 잃어버렸다. 종일 쓰고 있는 마스크 탓에 냄새 맡기가 쉽지 않아서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한다. 요즘처럼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히 느꼈던 때가 있던가.

이렇듯 매일 접하는 주위 환경 변화에 따라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도 있고, 더 즐겁게 살 수도 있다. 침실에는 TV나 조명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2019년 미국 국립환경건강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인공조명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평균 5㎏이 더 나갔다. 인공조명이 인체의 자연시계를 방해하고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TV나 조명뿐 아니라 스마트폰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일하는 사무실의 실내온도 조건도 그렇다. 열을 발산하는 근육이 더 많은 남성은 약 22℃를 편안하게 느끼지만, 여성은 이보다 더 높은 약 25℃를 선호한다. 적정온도는 업무 효율성과 밀접하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이 많아 걱정이다. 이럴 때 과감하게 식탁보를 깔아보는 것은 어떤지. 물론 비용이 발생하니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2020년 영국의 한 발표에 따르면, 식탁보가 있는 테이블의 손님이 없는 테이블보다 토마토 수프를 50% 더 많이 먹었다. 또 수프가 맛있다고 평가한 사람도 식탁보가 있는 테이블에서 먹은 손님이 10% 더 많았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식욕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저녁식사 중 많이 다투는 가족이라면 집에 원형 식탁을 들여놓는 건 어떨까.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각진 식탁보다 둥근 식탁에 앉을 때 보다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누구나 감각 결핍을 겪는다. 시청각만을 충족하는 영상통화로는 다양한 감각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 감각을 보완하는 최신 기술이 나오지만, 모든 감각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다. 감각은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난다. 그런 사람은 잘 웃는다.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긴장되고 신중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매사에 진지하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쁨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양가감정(兩價感情)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요즘처럼 심각한 때, 뭐니 뭐니해도 우리 감각의 최대 결함은 유머감각의 결핍이 아닐까.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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