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의 특색 있는 커피향기로 관광객을 유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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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의 특색 있는 커피향기로 관광객을 유혹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2.03.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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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커피가 서양에 널리 보급된 것은 16~17세기경이며,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시기는 조선말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면서부터이다. 1882년 미국 영국 독일, 1884년 러시아, 1886년 프랑스 등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그들 국가의 공사관이 조선에 설치되고, 각국의 공사관은 자국의 음식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커피도 함께 들여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1920년대 커피와 다방은 모던의 상징으로서 근대적 모습을, 1930년대 다방은 ‘거리의 오아시스’ ‘거리의 공원’이라 할 만큼 문화의 해방구였다. 금시계를 차고 여우목도리를 두른 모던 걸과 양복에 중절모를 쓴 모던 보이들에게 다방은 모더니즘의 상징이었고, 그들은 커피향기에 취했다. 당시 다방은 외래 문물의 표상으로 간주되었고, 백화점, 카페, 극장, 전차 등과 더불어 근대적 문화시설로서 도시경관을 결정지었다.

1970년대의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는 ‘청통맥’(청바지 통기타 맥주) 그리고 음악다방이었다. 음악다방은 정치와 표현의 자유가 봉쇄된 당시 청년들에게는 해방구였으며, 청년문화의 산실역할을 했다. 뮤직박스 안의 세상은 일종의 판타지였다. 집안에 전축 한대 없던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수천 장의 음반이 빼곡한 음악다방에서 리퀘스트 용지 하나로 유명 팝가수의 음악을 손쉽게 불러낼 수 있었다. 또한 TV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1970년대 서민들은 다방에서 드라마 ‘여로’나 권투경기 등을 시청하였다.

1930년대 다방의 르네상스시대를 거쳐 1980년대 커피숍의 시대까지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다방은 약 1세기만인 1990년대말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미국의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한 것을 계기로 2000년대부터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커피전문점은 도심의 거리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과히 2000년대 이후는 눈뜨면 생기는 것이 커피전문점이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커피전문점은 당대의 최첨단 모던을 지향하는 것 같다.

최근 주말이면 해안을 끼고 있거나 경치가 좋은 곳의 대형 커피전문점에는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지경이며, 관광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명 커피전문점 투어도 유행이다. 이를 관광산업과 연계해 보면 어떨까?

부산의 경우 커피 소비도시에서 커피산업 메카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즉 커피산업의 기반을 넓히고, ‘커피도시’를 만들어 관광산업의 활력을 도모하고 있다. 부산은 국내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대회 챔피언’을 배출한 도시이자 5000여 개에 달하는 커피전문점과 1만5000명이 넘는 관련 업계 종사 인원을 보유한 스페셜티 분야 최고 수준의 ‘커피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 영도의 경우 1970년대 중반 이후 울산에 현대중공업 등이 생기고, 1990년대 후반 영도의 수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슬럼화되었지만 최근 공장과 해안가의 50년 지난 목욕탕과 주택들이 개성 넘치는 커피전문점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경제 활력의 동력을 얻고 있다. 10년새 카페가 8개에서 220개로 늘어 ‘커피섬’이 되었다.

강원도 강릉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최초로 커피 축제를 개최한 곳으로 1세대 바리스타인 커피 명장, 커피 박물관, 커피 거리, 커피 공장, 바리스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커피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 대부분이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리 카페로 성업 중인 명실상부한 ‘커피도시’이다. 원래 강릉 커피거리는 자판기 커피가 유명했던 곳이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적한 안목해변을 벗 삼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탄생된 것이 강릉 커피거리이다. 강릉 커피거리의 커피전문점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이색 테마 매장들을 선보이며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평균 3배로 나타나고 있고, 코로나 사태의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진입장벽이 낮아 커피전문점은 증가 추세에 있다. 울산도 부산처럼 유휴화되어 있는 건물을 활용해 커피전문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또한 강릉처럼 울산의 원도심과 해변가를 중심으로 스토리와 테마가 있는 커피 거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커피전문점 명소를 만들어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울산만의 특색 있는 커피향기가 전국의 관광객을 유혹했으면 한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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