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34)]정치 이야기를 해도 좋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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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34)]정치 이야기를 해도 좋은 사회
  • 경상일보
  • 승인 2022.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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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흔히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한다. 이해와 타협은 없고 갈등과 다툼만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정치만큼 대화가 필요한 것은 드물다.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타협하면서 성장해가야 하는 게 정치이다. 그런데 정치 이야기를 하면 십중팔구 목소리가 커지고 감정이 상하고 심지어 적대시하여 절연까지 한다. 이해와 타협을 통해서 하나가 되어가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분열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가만히 들어보면 진 쪽은 진 쪽대로 이긴 쪽은 이긴 쪽대로 비난의 말, 원망의 말, 남 탓하는 말, 갈등을 부추기는 말들이 많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화합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선거는 분열의 장이 되고 있다. 선거는 선택받은 쪽과 선택받지 못한 쪽이 나오게 마련이다. 문제는 승리한 쪽이나 패배한 쪽이 모두 그 요인이 서로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표차이가 거의 없었던 이번 대선의 경우엔 후유증이 더 오래가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제일 많이 나온 말 중의 하나가 정권교체이다. 그런데 이긴 쪽 후보를 지지한 이유 중에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게 후보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부끄럽고 엄중한 말인가.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한 부분은 고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야 한다. 진 쪽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진 쪽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능력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졌다. 분명 지지받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후보에게도 있고, 후보가 속한 진영에도 있을 것이다. 이긴 쪽을 탓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패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서 고쳐야 한다.

나의 잘못한 점을 보고 상대의 잘한 점을 봐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정치 이야기를 나눈다면 정치 이야기는 즐겁게 될 것이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 편에서, ‘군자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잘못을 남에게서 찾는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고 했다. 우리 모두가 군자가 되어서 잘못을 남에게서 찾지 않고 내게서 찾는다면, 그런 마음으로 정치 이야기를 나눈다면 ‘정치 이야기하지 말기’라는 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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