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대유행의 정점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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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대유행의 정점기에서
  • 경상일보
  • 승인 2022.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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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올 것이 왔다. 현재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대유행기 정점의 시기다. 수치상으로만 봤을 땐 우리나라 국민의 8분의1 가량이 오미크론을 겪었고 겪고 있으며 울산시 기준 하루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 의료시스템 자체가 무너지는게 아니냐는 말도 많이 나온다. 결국 다 걸려야 끝나는거 아닌가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들 역시 자주 듣는다.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고 정말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정도로 안 좋은 것인지 특히 울산의 상황에 맞춰 살펴보았다.

일단,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에서 확진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 유독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서만 유행인 것인가? 그건 당연히 아니다. 검사건수와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가 발생한 초기부터 지금까지 확실히 확진자를 검출해내고 통제를 강하게 해 질병으로 인한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는 사실 사회적 비용도 비용이지만 진단 자체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그 때문에 현재 PCR 대용으로 RAT 검사를 확진 인정으로 바꾸는 등(사실 RAT의 정확도 때문에 개인적으론 아쉽긴 하나)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최대한 확진자들을 정확하게 찾고 격리시켜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다.’는 기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치명율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취약계층도 없는게 아니므로 기존 기조를 확 바꾸기도 힘들지 않았을까. 최대한 검사를 많이 해서 확진자를 찾아낸다는 기본 방향과 인식은 우리나라에선 거의 문화 수준으로 자리 잡혔기 때문에 지금의 확진자 수가 검출되는 것으로 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나라들이라고 실 확진자 수가 많이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선 장단점이 있겠지만 여기서 다룰 내용은 아닌거 같다. 어차피 지금 바꾸기 힘든 기조라면 여기에 대응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게 더 발전적일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치명율이 낮다. 그럼에도 수가 많아지면 위중증 환자 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있는가? 몇 달 전 칼럼에서 필자는, 다른 곳을 떠나 현재 울산은 생각보다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적은 바 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물론 동의하지 못 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민원들, 특히 확진 후 시나 관할기관의 연락과 관련된 수많은 민원들이 병원에 일하는 우리에게까지 들린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은건, 비록 필자는 공무원도, 공기관에 일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현재 시, 보건소 및 관할기관에서 정말 200% 이상으로 일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다. 불편하신 점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무원분들 역시 아주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감안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

그보다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울산시의 의료시스템 자체가 지금 이 상황을 여유롭진 않아도 간신히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현재 울산에 있는 몇 개 요양병원들이 건물 전체를 코로나 전담으로 내놓았다. 종합병원들은 시와 협의해 코로나 격리병동을 자체적으로 일부 운영하고 있으며,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도 동참해 꽤 많은 수의 음압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일하는 의료진들은 업무강도가 상당하기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필자는 죄인된 기분으로 지내고 있긴 하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는 마음 누구보다 크지만, 울산에 있는 병원들이 합심해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까지 을산시는 완벽하진 않아도 병상만큼은 확보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코로나에 걸린 상황에서 외래 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11세 이상은 필자가 일하는 남구의 울산병원 대면진료센터에서, 10세까지는 북구의 좋은아이병원에서 대면진료를 운영하고 있다. 경험해보니 코로나 환자들의 경우 의료진 보호구 착용 및 여러 부수적인 치료절차들이 더 필요해 일반환자보다 두배 가량의 노력이 들어간다. 대면진료센터가 타 광역시에 비해 1개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아직까진 예약문의 건수에 최대한 맞춰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오미크론이 이렇게 흔해지면 일반진료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전망이 어두운 건 아니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지만 한번 더 반복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금은 전국의 병원들이 버텨줘야 할 시기다. 보통 확진 후 위중증 환자 수는 2주 후 피크가 오기에 병원들 입장에서 가장 정점의 시기는 아직 오지 않은 셈이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버텨나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께서 전국의 병원들에 응원을 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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