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단일민족의 환상과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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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단일민족의 환상과 이민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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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하루에 9000명 감소. 대한민국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시작되어 그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출산율을 높이거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여도 새로운 경험이 될 뿐 큰 문제가 없다는 학자도 있다. 새로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고 로봇이 음식을 날라주는 시대지만 기계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멈춰선 공장과 철거대상 아파트. 노인들의 숫자는 기하급수로 늘고 어쩌면 손자·손녀를 한 번도 못 불러 볼지도 모른다. 지방소멸도 진행중이다. 무섭다.

합계출산율 0.81%. 돈을 풀어 출산장려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었다. 사람이 넘칠까 봐 걱정하던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베이비붐을 이뤘고 베이비들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그 여자 어른들은 못 배운 것을 한탄하며 내 자식만은 가르친다는 희망으로 몸과 마음을 희생했다. 오죽하면 정부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했을까. 이제 배 아파 낳은 자식들은 물질적 풍요속에 정신적인 빈곤을 맞고 있다. 눈부신 경제발전이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기는 역효과로 갈등과 혐오가 횡행한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유대감을 채우는 세상이라 인간성 회복의 주장은 힘이 빠지고 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수백만 명의 해외거주 동포들을 역이민 받는 방법이다. 문화적·언어적 유사성이 있으면 수월할 것이다. 북한지역을 탈출해 귀순한 주민도 제대로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으로 부족하면 천상 다른 국가와 인종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민을 대대적으로 받아들 때 걱정은 사회의 질적인 저하이다.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우수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토론회에 가 보니 이민에 있어 모범사례로 캐나다가 꼽힌다. 캐나다는 우수한 인력을 중심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정착과 활동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민으로 세워진 미국의 경우 갈등이 존재한다. 오바마처럼 예외는 있지만. 이민을 받을 때 수준 높은 사람들이 모든 영역에서 자유자재로 자신들의 재능과 영향력을 발휘하게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들을 모셔 올 수 없다.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호주, 캐나다 강대국은 모두 다인종국가(多人種國家)이다. 일본과 더불어 ‘민족’ 관념이 극강인 한국에서 이민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민족(Nation). 수 천년 써 온 단어같지만 사실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학자에 의하면 민족이라는 단어는 일본 메이지(明治) 이후 서양용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만든 와세이칸고(和製漢語) 중 하나이다. 일본의 법학자 가토 히로유키(加藤弘之)가 1872년 블룬칠리(Jonadan Kasper Blunchili : 스위스 법학자)의 일반국가법학(Allgemeines Staatstrechts)중 Staat를 국가, Volks를 국민, Nation을 민족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 단어를 중국에서는 양계초(梁啓超)가 1902년 논문 ‘論民族競爭之大勢(민족 경쟁의 대세를 논함)’에서, 한국에서는 황성신문(皇城新聞)에서 1900년 1월12일 경에 동방민족(東方民族)이라 하면서 쓰였다고 한다.

단군 이래 한민족은 개방과 융합의 시기에는 흥하였고 폐쇄하였을 때 그 반대였다. 우리는 지중해(한중일이 둘러싼 바다)의 중심에서 우뚝하게 중흥하여야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을 지우고 유심히 행인들을 보라. 학자는 한국인의 30%는 남방계가, 70%는 흉노, 돌궐, 몽골, 거란, 여진 등 북방계가 섞여 있다고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방면에 우수한 이민을 받아들여 새 나라를 만들자. 민족을 지키려면 민족을 버려야 한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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