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불, 사람들의 무관심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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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불, 사람들의 무관심이 시작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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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희 울산시 녹지정원국장

지난 2013년 3월9일 울주군 언양·상북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울산시에서는 진화인력 4415명을 투입하고 산불진화헬기 26대와 진화차, 소방차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가꾼 산림 280㏊가 불에 타고, 주택 20동이 소실돼 이재민 54명이 발생했다.

2020년 3월19일 울주군 웅촌면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순간 풍속 19.2m/s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졌다. 진화인력 5636명, 산불진화헬기 60대, 산불진화장비 248대를 동원해 21시간의 사투 끝에 겨우 불길을 잡았지만 산림 519㏊가 잿더미가 됐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주민 478명이 대피했으며 193억2000만원의 산림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21년부터 157억8000만원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양·상북 산불피해지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산불피해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웅촌면·청량읍 산불피해지는 현재도 벌거숭이가 돼 있다.

산불이 나는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입산자 실화, 농·산촌마을의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등 사소한 부주의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산 연접지역의 비닐하우스와 농막에서 전기 합선으로 인한 불이 산림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정부와 울산시 산림부서에서는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불진화헬기, 산불진화차, 산불진화기계화 시스템 등 조기 진화 장비를 확충하고 산불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번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그 피해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이다. 산림의 밀도가 높아지고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가 따뜻하고 건조한 기간이 늘어난 탓이다. 요즘은 산불이 나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2018년 군위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름철에도 대형 산불이 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겨울 가뭄에 이어 기온이 올라가는 울산의 3~4월은 대기가 매우 건조해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다. 이런 기후 조건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쉽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울산의 강우일수는 3일, 강수량은 4.7㎜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90.84㎜의 5.1%에 불과하다. 이런 탓으로 올해 3월 현재 예년에 비해 2배 이상인 13건의 산불이 나 17.94㏊가 소실됐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공무원, 소방관, 군, 경찰, 유관기관에서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우리 이웃의 삶의 터전이 소실되고 많은 재산 피해와 야생 동식물이 입는 생태계의 피해도 막심하다.

산불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시민 모두가 불씨를 조심하면 막을 수 있다. 산에서 담배 피우지 않기, 지정된 장소 외 취사나 불피우지 않기, 논·밭두렁 소각하지 않기, 산 연접지역에서 생활쓰레기 소각하지 않기, 영농폐기물 소각하지 않기 등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산불 예방에 시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절실하다. “이번 한 번쯤이야”하는 순간의 방심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자연자원,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 모두가 좀 더 무겁게 인식했으면 한다. 산불예방에는 민·관이 따로 없다. 해마다 산불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산불감시원이 구석구석 순찰하고 있지만, 산을 사랑하고 산을 이용하는 시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5월15일까지다. 관행적인 소각행위는 반드시 검거해 인위적인 산불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남은 기간 대형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진화에 우리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민 각자가 산불을 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민 모두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간절히 빈다.

박병희 울산시 녹지정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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