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63)]봉화 서동리 동·서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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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63)]봉화 서동리 동·서 삼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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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에는 사리장엄구가 전시되어 있다. 그중 경북 봉화군 서동리 동·서 삼층석탑의 동탑에서 출토된 것은 특별하다. 99기에 이르는 소탑을 비롯하여 곱돌로 만든 사리호와 사리 3립이 든 짙은 녹색 사리병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2년 해체 수리를 하였는데 동탑에서 원형대로 출토된 이 사리 장엄구로 인해 서동리 쌍탑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신라에서 유행하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다라니(비밀스런 주문)를 써 넣은 탑을 만들어 공양하면 수명을 연장하고 도솔천에 태어날 수 있는 공덕을 쌓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만들어진 탑을 무구정탑(無垢淨塔)이라고 하는데, 서동리 동삼층석탑이 무구정탑 중 하나이다. 흙으로 만든 작은 탑에 소원인 다라니를 적어 넣어 석탑에 봉안하였다. 길고 긴 시간을 지나 바깥세상으로 나온 99개의 작은 탑들이 말을 걸어온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글쎄요. 전쟁이 없기를, 코로나19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기를, 무엇보다 이 사리장엄구 앞에 선 사람들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 쌍탑은 한국산림과학고등학교 마당에 동·서로 마주보고 있다. 2단의 기단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탑이다. 두 탑은 보물 제 52호로 같은 규모와 양식을 가지고 있다.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 사는 호랑이를 보러가거나 외씨버선길 봉화 구간 트레킹을 한다면 학교 앞을 지나게 된다. 한번 쯤 신라의 두 탑과 눈맞춤을 해도 좋겠다.

휴일 한낮, 삼대가 함께 탑을 보러왔다. 할아버지는 꽤 진지하다. 어머니는 중학생인 아들에게 찬찬히 설명을 해 준다. 아들은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다. 그네의자에 앉아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렇게 가족들은 아름다운 비례와 정돈된 조형미를 보여주는 쌍탑을 한참 공부한다. 분명 저들은 경주박물관으로 사리장엄구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러면 조그만 탑들이 소년에게 말을 걸어 주지 않을까. 소원을 말해 봐!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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