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어생활과 관련된 용어에 리터러시(literacy)가 있다. 리터러시는 우리말로 ‘문해’ ‘문식성’ ‘탈문맹’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사전적인 해석은 ‘읽고 쓰는 능력’이다.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말하기와 듣기는 특별한 교육이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자를 활용한 읽기와 쓰기는 상당한 언어교육이 필요하다. 학생은 문해력 수준에 따라 학습 평가가 달라진다. 문해력이 강해지면 성적이 올라간다. 능력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천성적 능력, 가정의 경제력과 부모 교육 수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불평등 구조가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문해력 향상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4년 중3 학생의 부모 소득과 읽기 습관을 조사한 후 그들이 치른 2008학년도 수능 성적과 비교했다. 그 결과 부모의 소득과 수능 성적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드러났다. 부모 소득 200만원 이하인 학생의 평균 수능 성적은 언어 79.32점, 수리 92.51점, 외국어 83.70점이다. 부모 소득 400만원 이상인 학생의 평균 수능 성적은 언어 91.23점, 수리 97.42점, 외국어 95.77점이다. 이 결과를 보면 부모 소득과 학생의 성적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수행된 연구에서 심리학자 베티 하트와 토드 리슬리는 계층 간에 큰 ‘대화 격차’가 존재함을 발견했다. 복지 수급자 가정 아이들은 시간당 600단어, 노동자 계층 자녀는 1200단어를 듣는 데 반해 전문직에 종사하는 자녀는 2100단어를 들었다. 3세가 되면 전문직 가정 아이들은 가난한 가정 아이보다 집에서 3000만 단어를 더 듣게 된다. (<20 vs 80의 사회> 참조)
이상의 근거만으로 부모의 소득과 계층에 의해 자녀의 학업 성적이 무조건 연계한다고 할 수 없으나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 문해력의 뿌리인 구어를 발달시켜야 한다. 아이 출생에서 초등 입학 전까지 학부모는 자녀와 계속해서 말을 걸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대화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문해력 향상 방안을 <문해력 수업>(전병규)에서 제시하고 있으니 참고하기를 권유한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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