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 이상의 희생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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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더 이상의 희생양은 없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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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성민 울주서 수사과 경사

2011년, 대구의 한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으로 인해 우리는 이전까지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2015년, 삐쩍 마른 몸으로 슈퍼에서 빵을 훔치던 인천의 한 초등학생이 발견되면서 장기결석 학생 관리의 허점이 드러났고, 뒤늦게 전국의 장기 결석중인 학생의 행방을 파악하던 중 부모의 학대로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2021년, 행복해보였던 이웃집에서 힘없는 한 아이, 정인이가 쓰러져가는 모습을 보며 아동학대가 우리곁에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매번 이렇게 반복되는 아동관련 사건을 살펴보면 소중한 아이의 목숨이라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세상에 드러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을 발견하게 된다. 즉, 언제나 온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무고한 아이가 죽고나면 그제서야 우리는 그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해진다는 말이다. 그 희생양이 된 아이로 인해 학교폭력과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깨닫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노력하여 사회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희생양이 된 아이의 목숨은 어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내 아이가 그 희생양이 아니었지만 다음에는 어찌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제는 그러한 희생양이 되는 아이의 목숨까지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기이다.

근래에 학교폭력과 아동학대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는 이유는 그 이전까지는 그러한 행동들이 암묵적으로, 관행적으로 용인되어 왔기에 그러하다. 친구들과 싸우다 생긴 상처,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훈육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정도로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지만 놀랍게도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거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 등 관습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말을 하며 학교폭력과 아동학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언론을 통해 그 참혹한 결말을 마주하게 되면 이 정도일지는 상상도 못했기에 큰 충격을 받게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안타까운 희생양을 구할 수 있는 단서를 엿볼 수 있다. 그 단서는 바로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왔던 우리들의 관행이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예전과 똑같이 아이들을 가르쳤고, 키워왔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당연히 힘없는 희생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관행을 다시 한번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무고한 희생양의 소중한 목숨도 살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세상을 뒤집어놓을만한 파급력을 가진 사건이 우리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악마같은 가해자가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꼭 힘없는 아이의 죽음으로 그러한 사건이 드러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아이들에 있어서 만큼은 그 관행이란 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희생양이란 단어의 어원은 고대 유대인들이 속죄일에 자신들의 죄를 힘없고 약한 양 한 마리에게 전가하여 거친 황야로 내쫓음으로써 그 모든 죄가 없어진다고 여긴데서 유래한 말이다. 부디 우리 어른들의 어리석은 판단과 잘못으로 인해 순수한 아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손성민 울주서 수사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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