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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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 정세홍
  • 승인 2022.03.2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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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홍 사회부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날 지역 주요 교차로 등 곳곳에 앞다퉈 좋은 자리를 선점해 선거 현수막을 내걸던 후보와 정당들을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무수히 많은 현수막이 지역에 내걸리자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이용하는 불법 광고물도 활개를 쳤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이들 현수막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 자리에 몇 일간 방치됐다. 시작할 때는 설치를 못 해서 안달이더니 끝나고 나서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에는 설치한 정당이나 후보가 ‘선거일 후 지체없이’ 이를 철거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자진철거하지 않은 현수막들은 거리에 나부꼈다. 선거일 후 지체없이라는 문구에 기간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철거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부과까지 가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치 주체가 철거를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민원을 유발하게 되고, 결국 이들 현수막은 지자체가 철거해 창고에 방치된다. 지자체가 재활용에 고심하고 있지만 비율이 높지 않고 대부분은 소각되는 것도 문제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 지난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고작 25%였다.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가 주 성분인 현수막은 땅에 묻어도 썩지 않아 수거된 현수막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되는데 유독물질 등이 배출돼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만큼 선거철 현수막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선거에 사용된 폐현수막 재활용을 위해 국비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사업의 절반 가량이 또다른 형태의 쓰레기로 남는 장바구니나 청소마대 자루를 만드는 것이어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이제 대통령선거는 끝났고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탄소중립’ 시대에 더 이상 소각되는 선거 현수막은 걸맞지 않다.

정당과 후보를 알릴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선거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대다. 무엇보다 선거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한 방안 마련이 최우선이다. 이번 지방선거 때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선거로 현수막 공해가 없어지길 기대한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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