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업 본사를 분산시켜야 지역경제가 소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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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업 본사를 분산시켜야 지역경제가 소생할 수 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3.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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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동형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현재 울산에서 인구가 대규모로 유출되고 있다. 2016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만명 이상이 타지역으로 전출하고 있어 지역경제의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내에 청년들이 취업을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투자를 해 오고 있다. 지역별로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많은 공공기관들을 지역으로 이전시켰다. 그러나 최근의 수도권과 지역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어 과연 정부 주도의 재정투자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핵심적인 기업활동이 수도권 중심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투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역경제발전은 그간의 정책에 대한 성과를 면밀하게 점검해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히 기업활동의 배치 구조를 보면 기업의 본사는 수도권, 공장은 지역에 위치한 소위 분공장 경제(Branch Plant Economy) 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2200여개 상장기업 중 수도권에 본사 기업은 1600여개(72%), 특히 서울 소재 본사 기업은 900여개(41%)에 이른다. 30대 대기업에 국한해 보면 대부분의 본사가 서울에 있고 서울이 아닌 곳은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울산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된 현대중공업의 본사만 울산에 있을 뿐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의 본사는 서울에 있다. 이들 대기업 대부분이 울산, 구미, 창원, 광주 등 전국 각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러한 분공장 경제구조 하에서는 설사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지역경제의 회복은 더디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청년들은 공장보다는 본사와 연구소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 학생들은 본사와 연구소에 취직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려 하고 있어 지역 대학도 침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경우만 하더라도 졸업생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에 취업하고 울산 지역에 취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도권에는 본사, 지역에는 공장이라는 비정상적인 구조하에서는 지역경제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 본사 기능의 분산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기업 스스로 본사를 지역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법인세 감면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부여 해야한다. 나아가 법인세를 산업발전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산업 특성에 부합하는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재정지원이나 단순한 공장 유치를 통해서는 더 이상 지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공장 중심의 생산도시가 아니라 연구-생산-판매 등 기업활동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산업도시에 맞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차동형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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