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전환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경제·산업정책의 혁신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및 내수시장 위축 영향으로 제조업의 약 27%가 부실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외부환경 변화는 신냉전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는 생산 자동화,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한계기업의 폐업, 외국인 투자위축과 맞물려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국내 노동시장 선호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노사관계 선진화 및 노사 간 신뢰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비정규직 규제 강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친화적인 성격이 강하고, 때로는 기업규제 중심의 성향을 띄면서 노동비용 상승으로 민간부문의 고용을 더욱 위축시켰다.
선진국의 노동 개혁과정을 살펴보면 노동시장 유연성의 제고가 수반되지 않는 정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국가들의 일자리 정책은 구조적 관점에서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했고,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과 일자리 창출 의욕을 저해하는 부정적 시그널을 노동시장에 주었다. 노동생태계 현장에서 발생되는 주요 구조적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낮은 고용률과 방대한 유휴 인력의 존재이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에 경제활동 참여에 부정적이거나 포기한 청년, 경력단절여성, 제조업 쇠퇴로 이전직 지원이 필요한 중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생산가능인구 활용 극대화를 위해서 유휴인력 활용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임금소득의 양극화 현상의 강화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녀 성별 간 임금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1999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28.3%인 반면, 2019년 임금격차는 40.7%로 확대되었다. 대기업과 2차 협력업체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시장의 양분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간 노노갈등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셋째, 고용불안 현상으로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특수형태근로자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노동자 계층에서 상시적인 고용불안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고용 생태계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각종 신성장 산업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에 앞서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담보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덴마크의 지난 1월 실업률은 2.5%로, 이는 같은 기간 유로존 실업률 7.0%의 절반 수준 이하에 불과했다. 덴마크도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으며, 다른 유로존 국가들처럼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3.1%에서 5월 5.3%까지 실업률이 상승했다. 덴마크가 위기시 선택한 ‘일자리 유지 계획’은 유연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용주가 생산 감축에 따라 사업장의 30% 이상 혹은 50명 이상을 해고해야 하는 경우 정부가 임금의 75%를 지급하고 해고는 막을 수 있다. 경직적인 고용 대책이라고 보기 쉽지만 반대로 30%, 50명 미만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는 해고할 수 있도록 유연성도 보장돼 있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국가와 일본의 노동개혁 방식은 다소 차이는 있으나 개혁의 목표는 노동과 복지비용을 적정수준으로 낮춰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일련의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고 정체돼 있던 고용률을 끌어올림으로써 만성적인 고용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연안정성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하르츠위원회를 통한 노동·복지 개혁, 기업주도 임금 및 근로시간 유연화,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대전환의 시대에는 초단기 계약, 특수형태 근로, 시간제 근로 등 새로운 형태의 근로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정규직을 완전하게 없애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 비정규직을 인정하되 임금 등 근로조건 격차 해소와 법적 안전망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