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이 지향하는 공적 가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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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교육이 지향하는 공적 가치는 무엇일까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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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이 현대청운고 교사

“수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정시를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 매년 해묵은 논쟁이 나온다. 정기적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강조되는 인간상도 변화하고, 그에 발맞춰 여러 정책들이 나온다. 교사를 채용하는 시험에서도 어떻게 학급을 구성하고 싶은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고 싶은지, 학교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치하게나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교육이란 무엇이고, 교육이 지향하는 공적 가치는 무엇인지’ 말이다.

교사,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성적, 진학 실적과 정량적 같은 수치도 있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부분이 교육 경험이라 생각한다. 학생이 신뢰할 수 있는 교사가 한 명이라도 더 있어서 그 믿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어느 한 번의 수업을 통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한계를 깨부수는 용기를 얻었다면 교육 경험이 올라갈 수 있고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교육학자 존 듀이는 교육에서 성장은 ‘경험의 끊임없는 재구성’이라 말하며 개인과 사회를 연결짓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을 성장 그 자체로 바라본 존 듀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내가 되고 싶은 교사는 학생의 사회적 환경과 맥락을 아우르며 이해하는 사람이다.

학생들과 잘 소통하는 교사, 교과 지식을 잘 가르쳐주는 교사를 넘어 ‘학생이 어떤 사회 환경 속에서 어떤 교육을 받을 때, 비교육적인 행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교사가 되고 그 답변을 고민하겠다. 어떤 학생이 비교육적인 행동을 할 때, 단순히 그 개인의 유별남, 잘못으로 치부하는 대신 학생의 사회적 환경, 가정 상황을 포함해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개인과 사회는 떨어질 수 없고 개인과 사회의 역동적인 관계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큰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미시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학생이 드러내는 문제는 개인의 원인으로 여겨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고 새로운 가치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

학생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 상황이 개인적 차원에서만 기인하는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하며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주변의 타인의 상황에도 공감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까지 나아가게 하고 싶다. 개인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도 의미 있지만, 불완전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또한 제공하고 싶다. 그 경험이 켜켜이 쌓여 자신의 아픈 모습도 사랑하면서 사회적 타인을 포용하는 넉넉함도 기르면 좋겠다. 나를 통해 사회 구성원과 사회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이러한 역동적 관계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자신이 직면한 세계를 이해하고 모든 교육 경험을 삶으로 체득하면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사회가 한걸음 떨어져서 기다리는 여유를 지니면 좋겠다. 동시에 교사가 긴 호흡으로 교육적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과 넉넉함도 함께 주어지길 희망해본다. 일선 학교 현장에 학생과 함께 걷고 뛰고 때로는 비도 맞지만 먹구름 뒤 햇빛에 웃는 사람은 교사이니까 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답을 요구하는 상황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잘 정돈된 환경에서 깔끔한 옷을 입으며 면접장에 들어서는 일은 이제 드물 것이다. 질문의 공백이 생긴 시간 속에서 내가 나에게 물어본다. 새해가 시작되면 새해 목표를 적어보고 실천하듯, 새 학기를 맞이하며 물어본다.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어떤 교육적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공적 가치는 무엇인가. 어떻게 가치를 풀어나갈 것인가.

조윤이 현대청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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