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는 봄꽃놀이 문화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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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눈살 찌푸리게 하지 않는 봄꽃놀이 문화 만들어야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4.04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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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만발했다. 지난 주말 울산지역에서 벚꽃 명소로 꼽히는 작천정과 무거천 일대는 상춘객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봄기운이 완연한 동구 대왕암과 유채꽃이 만발한 슬도 일대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축제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곳곳에 등장한 노점상들로 음악소리가 시끌벅적했다. 이상한 복장으로 춤추는 노점상까지 등장,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찻길을 무단 점용한 노점상들로 인해 차량통행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컸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치단체가 마련하는 꽃축제는 3년째 취소됐다. 하지만 축제가 열릴 때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축제가 열렸으면 도로와 산책길을 무단 점용한 노점상들에 대한 단속이라도 이뤄졌을텐데 축제마저 없어지면서 무질서는 오히려 더 심각했다. 아무런 정체성도 없이 많은 예산을 들여 유명 가수에 의존하는 축제라도 무질서와 혼란을 줄이는 역할은 했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일부 지역에 관리자 또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긴 했으나 주차단속만으로도 버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이나 공무원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몹시 우려되는 시기임에도 말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오래전부터 봄꽃놀이가 있었다. 신라시대의 기록에도 삼월 삼짇날 교외나 산 같은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노는 화전놀이를 했다고 돼 있다. 조선시대는 특히 진달래꽃이 필 때 남녀 모두가 화전놀이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운 겨울날이 끝나고 아름다운 봄꽃들이 피어나면 누구나 나들이를 하고 싶어진다. 벚꽃이나 유채꽃처럼 꽃들이 무리져 피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봄날의 아주 평범한 풍경이 됐다. 지자체가 관광객을 불러들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꽃단지를 조성하기도 하고 축제를 열기도 한다. 오래된 풍속이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문화 현상이다. 문제는 무질서하게 먹고 마시는 일탈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는 막무가내 봄꽃놀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길거리에서 조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음식은 정해진 특정 구간에서만 먹을 수 있다. 음악은 허가를 받은 곳에서 전자장치 없이 어크스틱 버스킹만 가능하다. 쓰레기는 되가져 간다. 꽃은 꺾지 않는다. 꽃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예술활동을 장려해 문화적 만족감을 높인다.’ 몇가지 원칙만 세우고 지키게 하면 어느 누구도 눈살 찌푸리지 않고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지역문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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